트럼프의 젊은 시절…문제작 '어프렌티스' [시네마 프리뷰]

23일 개봉 영화 '어프렌티스' 리뷰

'어프렌티스' 스틸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가히 문제작이라 할만하다. 2024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가 낱낱이 담겼기 때문이다. 영화는 트럼프가 '스승'으로 삼았던 변호사 로이 콘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첫 번째 부인인 이바나 트럼프와의 이야기에 지방 흡입과 탈모 수술까지 거침없이 보여준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최근 국내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어프렌티스'는 '경계선', '성스러운 거미'로 칸 영화제 총아로 떠오른 이란 출신 알리 아바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에서 세계 최고의 부동산 재벌, 그리고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

올해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프리미어 상영 직후 트럼프 선거 캠프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을 가하며 본토 개봉이 불투명해졌으나, 트럼프 측이 아무런 조치에 나서지 않는 등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각) 개봉을 확정 짓게 됐다.

'어프렌티스'는 수습생이란 뜻으로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난 뒤의 트럼프를 비유한다. 또한 트럼프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제목을 의미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이 프로그램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어프렌티스' 스틸컷

영화는 1970~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젊은 도널드 트럼프가 성공을 갈망하며 각종 불법과 협박, 사기, 선동을 일삼아 '악마의 변호사'라 불리던 로이 콘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서 월세를 걷으러 다니던 트럼프는 뉴욕 42번가에 위치한 호텔을 인수해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로이 콘은 이에 매료돼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자신의 '승리 3계명'인 '공격, 공격, 또 공격하라',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라',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말라'라는 내용을 전수하고, 트럼프는 이 3계명과 함께 콘이 주장하는 애국주의 가치관을 그대로 흡수하며 점차 변해간다. 이후 로이 콘의 자문도 듣지 않기 시작한 트럼프는 닥치는 대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공을 자신한다.

특히 논란이 된 장면은 전 부인인 이바나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는 맨해튼 바에서 우연히 이바나를 보고 적극적으로 대시해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점차 사업에 눈이 멀어 이바나를 거들떠보지 않고, 가슴 성형을 강요하는 모습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또한 다이어트약을 쉼 없이 먹어도 뱃살이 늘고 머리숱까지 줄자, 복부 지방 흡입과 탈모 수술을 스스럼없이 받는 트럼프의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다.

영화는 트럼프의 이야기에 1970~8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담으며 다큐멘터리 같은 효과를 더하면서 동시에, 다소 기이하고 거친 질감으로 편집해 돈과 성공에 대한 권력자의 비틀어진 욕망을 표현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단순히 트럼프와 로이 콘을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 사랑에 목매달던 트럼프와 에이즈에 걸린 뒤 힘을 잃은 로이 콘의 모습 역시 담아낸 것이다. 감독은 트럼프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며 "권력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사실적이고 건조한 묘사가 시스템에 대한 지적으로 잘 이어졌는지는 의문을 남긴다.

'어프렌티스' 스틸컷

영화에 몰입도를 높인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져 캐릭터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트럼프 역으로 완벽하게 분해 놀라움을 더한다. 트럼프의 시그니처인 8대 2 가르마의 금발 헤어스타일에 말할 때 나오는 특유의 입술 모양까지 완벽하게 표현했다. 세바스찬 스탠은 1970년대, 1980년대 트럼프의 인터뷰를 모조리 읽고, 트럼프의 외형을 위해 2달 만에 7㎏을 증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제레미 스트롱 역시 로이 콘의 실제 독특한 목소리를 구현해 내고, 복잡한 결함의 인물로 완성해 인물에 깊이감을 더했다.

영화 말미 트럼프는 자서전을 쓰기 위해 한 작가와 만난다. 작가가 과거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트럼프는 사실 과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기에 나름의 의미를 더한다. 국내 개봉은 오는 23일. 러닝타임 122분.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