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제2의 '오징어 게임'은 어려울까? [정유진의 속닥무비]

'오징어 게임' '더 에이트 쇼' 포스터
'오징어 게임' '더 에이트 쇼' 포스터

*작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꼭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의 내부인이건 외부인이건 의식을 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게임'의 형식,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두 작품을 자꾸만 같은 카테고리 안에 넣게 만든다. 지난 17일 공개된 8부작 시리즈물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감독 한재림)가 짊어진 운명이다.

'더 에이트 쇼'는 여덟 명의 인물이 여덟 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한재림 감독의 첫 OTT 시리즈물 도전작으로 배진수 작가의 인기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했다.

공개 일주일을 넘긴 '더 에이트 쇼'의 성적은 준수한 편이다. 24일 기준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는 '브리저튼'의 뒤를 이어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10 TV쇼 부문 전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 한국과 베트남, 태국, 홍콩 등에서 1위를 찍고 있으며 볼리비아와 체코,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로코 등 다수의 국가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공개 나흘째부터 같은 차트에서 무려 46일간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었던 '오징어 게임'과 비교한다면, 다소 아쉬운 성적인 것은 사실이다.

'더 에이트 쇼'의 내용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존재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발생하는 계층의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점에 대해 호평했으나, 한 쪽에서는 일부 가학적인 장면들과 설정의 불쾌함 등을 이유로 불호의 반응을 보내고 있다. 특히 4회 이후부터 절정으로 치닫는 가학적인 장면들에 대해서는 비판의 의견이 많다. 이 같은 사건들은 결국 각 캐릭터들의 독특한 성격이 부딪치면서 생성되는데, 이를 '작위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더 에이트 쇼' 스틸 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에이트 쇼'는 흥미롭게 볼만한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 보다 정교하게 짜인 설정들은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비슷한 종류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여 기시감을 피하기에는 좋은 선택이었다. 특히 한정된 물자와 타고난 경제적 배경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계층 간의 갈등을 다루며 자본주의의 문제가 단순히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무한경쟁'에서만 오는 것이 아님을 짚어낸 점이 돋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해가 쉬운 단순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설정에 있었다. 빈곤의 문제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거대한 상금을 놓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목숨이 걸린 싸움, 승자는 단 한 명. 무한경쟁의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의 딜레마와 페이소스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세상을 살고 있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국적이나 문화가 달라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설정이었다.

그에 비해 '더 에이트 쇼'는 복잡하다. 여덟 명의 인물을 여덟 개의 계층으로 분리해 계층에서 오는 차별과 격차, 그 속에서 조금씩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뿐 아니라 '타인의 관심'이 곧 돈으로 환원되는 뉴미디어 시대의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인간의 심연에 있는 이기심과 잔혹한 본성을 끄집어냈다. 이는 사람과 건물로 빽빽한 도시에서 경제력의 차이에서 오는 박탈감을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주입 당하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동아시아인들, 특별히 한국인들에게 특화된 설정에 가깝다. '오징어 게임'보다는 조금 '덜' 보편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오징어 게임'은 기훈(이정재 분)과 '깐부 할아버지' 일남(오영수 분), 새벽(정호연 분)과 지영(이유미 분)의 우정을 드라마에 활용, 감동 지점을 만들어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 데 유리한 면이 있었다. '더 에이트 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 층의 관계는 그보다 더 거리가 있고 피상적이다. 계층 간에 존재하는 긴장감으로 인해 '오징어 게임' 식의 감동 드라마를 형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같은 긴장감은 끝까지 깨지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남는 '오징어 게임'의 결말보다 생존율 면에서는 조금 형편이 나은 '더 에이트 쇼'의 결말이 더 찜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더 에이트 쇼'의 성적이 어디까지 나오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징어 게임'처럼 글로벌한 성공작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며칠째 정상을 찍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파급력이 생길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봄 직하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