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설국열차', '흥행 폭주' 어디까지?
감독 유명세·글로벌 프로젝트·마케팅으로 초반 흥행
국내외 개봉 성적표 지켜봐야
영화 '설국열차' 2차 캐릭터 포스터(앤드크레딧 제공). © News1
</figure>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가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영화의 '흥행 폭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뚜껑을 연 '설국열차'는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개봉 이틀 만에 누적관객수 103만7345명을 기록했다. 이는 평일 관객수만 따진다면 가장 빨리 관객수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개봉 이틀째 관객 60만997명을 모은 것도 역대 최다 평일 관객수에 해당한다.
봉 감독은 전작 '괴물'(2006)로 1000만 관객이라는 엄청난 흥행력을 발휘한 바 있어 '설국열차' 역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최대 흥행작 '괴물'은 관객수 약 1302만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2003)은 525만여 관객으로 42위에 올라 있으며 최근작 '마더'(2009)는 301만 관객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봉 감독은 지난달 22일 있었던 언론시사회장에서 "'플란다스의 개'(2000)에서부터 '괴물'에 이르기까지 흥행과 참패를 비교체험 극과 극으로 해봤다. '설국열차'는 그 사이 어디에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플란다스의 개'의 서울 관객수가 5만7000여명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봉 감독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영화 관객들이 보통 주말 동안 크게 급증한다는 점에서 '설국열차'는 일단 '마더'의 성적표와 비슷한 수준에는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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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 송강호가 지난달 29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3.7.29 /뉴스1 © News1
◇이틀 만에 100만 돌파한 '설국열차', 배경은?
'설국열차'는 봉 감독의 유명세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초반 막강한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다.
봉 감독의 전작들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줘 한국 관객들은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믿고 보는' 경향이 크다. 그의 영화는 한강의 괴물, 광기 어린 모성, 범인 없는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이야기하며 수백만명의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설국열차' 역시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달리는 기차를 배경으로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이라는 강렬한 드라마를 풀어내는 SF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도 화제거리다. '설국열차'의 각본, 연출, 제작, 투자, 배급 등은 국내에서 맡았지만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촬영 역시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할리우드 규모로는 중저예산에 해당하지만 제작비 4000만달러(447억여원)는 국내 영화계에서 블록버스터급이기도 하다. 대규모 제작비와 세계적 합작 영화가 어떤 결과물로 나왔을지에 대해 관객들은 호기심에 차 있다.
이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 측은 "167개국은 사실상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든 국가를 뜻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나 영화인의 글로벌 '진출'로 볼 게 아니라 태생부터 다른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설국열차'는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와인스타인컴퍼니가 영어권 국가의 배급을 맡는 등 167개국으로 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해 심상치 않은 또 한 번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 시사 직후 외국 언론들 역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영화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설국열차'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수놓인 한국의 천재 장르감독 봉준호의 야심찬 미래 서사시"라며 "최근 영화들 중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유수의 감독들이 연출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찾아보기 힘든 특성"이라고 보도했다.
북미지역 영화전문지 트위치 필름은 "'설국열차'는 지금까지 한국 감독이 만든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영어 영화"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는 이미 자신의 게임에서 할리우드를 이겼다"고 호평해 해외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동시에 꾸준하고 색다른 마케팅은 영화 개봉 전부터 국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설국열차'는 지난 1월1일 0시 탑승객 모집 이벤트에 이어 지난 4일 국내 최초로 온라인 라이브 쇼케이스를 가졌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열차'라는 영화 컨셉을 바탕으로 월드컵 경기장과 CGV상암에서 '탑승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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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과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2013.7.29/뉴스1 © News1
◇초반 흥행 이어갈까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의 흥행에 대해 "'설국열차'의 담론에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하고 막대한 광고의 힘으로 개봉 초반에는 굉장한 돌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외 흥행 성적표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평론가는 "1000만 관객을 넘은 '괴물'은 한국식 가족 영웅주의와 한강의 괴물을 다루며 국내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설국열차'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아주 편안하게 다가가진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면서 "한국과 전 세계 관객들의 반응이 다를 것 같다. 또 외국 평론가들은 훨씬 더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국열차'를 홍보하는 앤드크레딧의 박혜경 실장은 향후 흥행 여부를 두고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면서도 "봉 감독의 복귀작이고 캐스팅, 제작 과정 등이 기존 한국영화의 형태와 달라 초반 관객들이 모였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개봉 직후 영화평이 갈리는 것에 대해서는 "개봉 첫째날과 둘째날 평가가 바뀌었다. 이틀째부터 영화 자체를 보고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설국열차'의 실시간 예매점유율은 개봉 전부터 50%를 넘었다. 개봉 직후에는 60% 이상을 기록하며 초반 흥행의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아직까지 높게 유지되는 관객들의 관심이 흥행 성적표의 바로미터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구상 기간 7년, 실제 작업 3년 반 만에 '설국열차'를 공개한 봉 감독은 언론시사회장에서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여러분 손에 모든 것이 넘어갔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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