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금기와 불문율 깨는 작가이고파"(종합)

[N인터뷰]

박상영 작가/㈜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소설가 박상영이 본인의 작품을 드라마화한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작가로 데뷔한 가운데, 앞으로도 금기와 불문율을 깨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극본 박상영/연출 손태겸 허진호 홍지영 김세인)의 극본을 맡은 작가 박상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 작가는 작품의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퀴어를 소재로 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2019년 발간한 박 작가의 소설이다. 이후 드라마로 리메이크, 지난 21일 티빙을 통해 전편이 오픈됐다. 박 작가는 "이 작품이 대한민국 드라마 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 않나, 예상하셨겠지만 소재로 인해 캐스팅과 편성의 어려움도 많았다"라며 "이렇게 오픈하게 돼 설레고 기쁜 마음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동 시기에는 같은 '대도시의 사랑법' 영화가 공개되기도. 드라마와 영화가 동시에 나온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박 작가는 "의도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서로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가 된 것도 사실"이라며 "둘 다 무사히 오픈해 사랑받아 기쁘다, 나와 친구들은 10월을 '대도시의 달'이라 부르고 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상영 작가/㈜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원작 작가가 바라보는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박 작가는 "영화는 재희와 흥수의 관계와 여성으로서 재희의 삶의 애환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드라마는 주인공 고영이 화자로 등장해 남성 퀴어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또 영화는 상업적인 공식을 사용해 재미 요소들이 두드러지는 반면 드라마는 로맨스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영화에서는 소설 속에서 분량이 부족했던 재희와 흥수의 대학 생활을 잘 담아냈는데 그 부분이 영화의 성취가 아닐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소설 속 동성애자 주인공 고영은 드라마에선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고영(남윤수 분), 영화에서는 흥수(노상현 분)로 등장한다. 두 배우는 각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했다. 박 작가는 이를 어떻게 봤을까. 그는 "흥수는 정체성을 숨기려 하는 폐쇄적인 캐릭터라 노상현의 마초 같은 접근법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고영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거리낌이 없는 캐릭터"라며 "두 사람의 연기가 다 옳았다고 본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박 작가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은 없었다, '망쳐도 내가 망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지난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는데, 동 시기에 웹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됐다"라며 "습작을 할 때부터 소설과 극본을 같이 써서 극본 형태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설가와 드라마 작가의 삶을 병행할 예정"이라며 "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두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라고 전했다.

박 작가는 드라마 속 고영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것이 공격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부족한 부분도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고영이 극에서 '남미새'이지 않나, 엄마를 사랑하지만 떠나버리기도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사랑이라는 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방황하는 모습을 거쳐서 비로소 안정된 사랑을 하는 영으로 성장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삶 속 연애와 사랑, 사랑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탐구보고서로 집필하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박상영 작가/㈜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박 작가는 주인공 고영을 연기한 남윤수에 대해 "처음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유레카!'라고 했다,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 순간부터 뭔가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라면서 "게이 캐릭터가 어려울 수 있는데 노력을 많이 해줬다, 정말 게이 같아 보이기도 하더라, 역할의 정체성이 완벽히 들어맞지 않았나 한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남윤수가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그가 웃으면 같이 따라 웃게 되는 마력이 있다"라며 "부담스럽게 잘 생기진 않았지만 이웃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하고 이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마스크"라며 "남윤수가 내가 창조한 캐릭터와는 또 다른 인물을 자신만의 아우라로 만들어냈구나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수가 점잔 빼는 친구면 인터뷰에서도 멋진 말만 하고 치웠을 텐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줘서 창작자로도 감동이었다"라며 "오히려 내가 '이걸로 너 CF 못 찍으면 어떡하냐', '보수 단체에 공격받으면 어쩌냐' 해도 오히려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남자 좋아하는 연기하는 건데'라고 해줘서 그게 너무 고맙고 좋았다"라고 했다.

극에는 주인공 고영의 키스신과 베드신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초고를 쓸 때부터 제작사와 '우리 그냥 사고쳐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한국에 없던 파격적인 그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라며 "베드신과 키스신 다 넣어서 15세 등급으로 맞추자 해서 순화한 게 지금 버전이다, 결과적으로는 19세 등급을 받았지만"이라고 했다. 이어 "퀴어로서 섹슈얼리티를 보여주기 위해 성애적 묘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넣었는데, 내가 봐도 세긴 했다"라고 전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퀴어를 소재로 한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단체들은 상영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8년 차 퀴어 소설 작가로 이런 반대에는 익숙하다, 콧등에 먼지 앉은 느낌?"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이어 "대부분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놀랐다, 드라마 오픈 후에 SNS에서 트렌드 1위를 하는데 에스파 '위플래시'보다 높아서 '미친 거 아냐?'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또한 "너무 좋은 피드백을 해주실 때마다 '자기 얘기처럼 재밌게 봐주시는구나' 한다"면서, 시즌 2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상영 작가/㈜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소설은 작가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내 상대적으로 상업성을 덜 고려하지만,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드라마 시장에서는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극본을 새로 쓰면서 간극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나 역시도 소비할 때 가성비를 따지는데 거대한 자본 투자의 무게감을 당연히 안다, 돈 쓴 사람 손해 보게 하지 말자는 강렬한 동기가 있었다"라며 "피드백을 받을 때 항상 100% 수용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부분과 제작사가 요구하는 바를 거의 들어드리려고 했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기대하는 성적은 있을까. 박 작가는 "그런 건 없고 이런 이야기를 기대하던 분들에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라며 "이 이야기가 필요하던 분들에게 닿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다만 재밌게는 봐주길 바란다며 "우리 배우들 한류스타 만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12개국에서 팬미팅을 할 수 있게 성원 부탁한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작가는 퀴어 장르를 선도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작가로는 어떤 작가이고 싶을까. 그는 "한계 없는 작가이고 싶다, 기존 시장이 가진 금기와 불문율을 깨고 싶다"라며 "'대도시의 사랑법'도 여러 난관에 부딪혔지만 어쨌든 해내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여러 시장에서 잘 얘기되지 않는 부분을 생산하는 드라마 작가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고영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그린다.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이자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가 극본을 맡아, 연작 소설집 안에 담긴 네 편을 모두 드라마화했다.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해 손태겸, 허진호, 홍지영, 김세인 감독이 각자의 연출 스타일로 2부작씩, 총 8편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21일 티빙에 공개, 전편 감상할 수 있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