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입성' 셀린 송 "'기생충'이 열어준 길…하지만 다른 영화" [N인터뷰]
3월6일 개봉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자전적 이야기"
'넘버3' 송능한 감독 딸이자 한국계 캐나다인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넘버3'(1997)의 송능한 감독의 딸인 셀린 송 감독이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68개의 상을 탔다. 여기에 오는 3월 열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도 작품상 및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셀린 송 감독은 최근 자신의 첫 번째 연출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개봉 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1988년생은 그는 "태어나 12살까지 살았던 한국에서 영화가 나오는 게 기쁘다"라며 "한국 말을 잘 못하는 부분은 이해해달라"며 인터뷰 내내 미소 속에 한국어로 얘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 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하고 각본을 직접 썼다.
이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이며, 역대 아카데미 후보 중 감독 및 작가의 장편 데뷔 작품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동시에 후보로 오른 것도 처음이다.
송 감독은 "솔직히 믿기 어려운 영광이고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화가 나오고 1년 후까지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투표해 주시고, 노미네이트되어서 솔직히 너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크게 놀란 건 데뷔작인데 후보가 되어서, 계속 영광이라는 말밖에는…"이라며 "영광이고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특히 한국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송 감독은 이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 있는 콘셉트인 '인연'이라는 건 한국에서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이 세상 대부분 사람은 인연이란 단어를 모른다"라며 "그런데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고 영화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인연'(이란 단어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영화의 한국적인 풍경에 대해선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저는 12살까지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사람인 부분도 있고, 또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캐나다 사람인 부분도 있고, 뉴욕 사람이기도 하다"라며 "영화를 쓰면서 이러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내가 쓸 수 있는 건 어린 시절의 한국어 정도이고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한국이라는 배경과 한국어가 많은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겉으로만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로도 한국적인 게 깊이 들어간 영화라 생각하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제 안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주연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의 캐스팅에 대해선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줬고, '이 배우와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콜백했다"라며 "다시 그를 불러서 연기를 봤는데, 당시 코로나라 줌으로 진행했고, 3시간 동안 대화 겸 인터뷰를 하고 해성의 이미지에 잘 맞는다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을 때쯤 '당신이 될 거다'라고 했는데 그날 저녁에 유태오가 신인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더라"고 회상했다.
이렇게 탄생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월 개최된 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전미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진 이유에 대해 묻자, 송 감독은 "이민자라는 아이덴티티는 '한국계'만 연결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사를 하고 그러는 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지 않나, 시간과 공간을 옮기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기생충'이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어가 많이 나오는 영화인데, '기생충'이 자막을 보고 (해외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게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많은 부분에 한국어, 한국적인 요소가 나오는데 ('기생충' 덕분에) 안 받아들이는 것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생충'이 열어준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K팝, K드라마가 열어준 길이 있어서 '패스트 라이브즈'가 (관객들에게) 전혀 저항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제2의 기생충'이라는 수식어를 듣고 있는 송 감독은 "사실 너무 다른 영화라 생각한다,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게 다르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고, '미나리'와도 다른 영화"라며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전혀 다른 영화라 생각해서 괜찮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적인 게 있거나, 한국 영화인 것들이 글로벌하게 사랑받는 게 기본적으로 너무 좋은 일이라 생각해서 부담보다는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국에서 영화 개봉을 앞둔 송 감독은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고, 배급사 CJ ENM분들도 서포트를 전 세계적으로 해주셔서 감사하고 꿈만 같다"라며 "사실 이런 애기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게 긴장되기도 하지만 좋게 봐달라, 한국에 빨리 가서 만나고 싶고,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되고 신이 난다"며 웃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국내에서는 오는 3월6일 개봉할 예정이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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