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정유미 "'윰블리' 별명? 없어지기 전에 그만둘래요" (종합) [N인터뷰]

정유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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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윰블리'라는 별명이 없어질 때가 오면 어떡하느냐고요? 그 전에 일을 그만 둘래요. 거기서 끝내야할 것 같아요."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단호하지만 사랑스러운 대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유미(40)의 매력은 중년이 되고, 노년이 돼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영화 '잠'(감독 유재선)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에 대해 "칸 영화제 때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처음 들었는데 그런 표현을 해주실 줄 알았으면 더 광기있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유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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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처음 봤을 때 대본이 참 간결했어요. 깔끔하고 드라마보다 영화가 대사가 많이 없기도 한데 그 중에서도 컴팩트한 대본이었거든요. 그런 대본을 처음 받아보기도 했고 그리고 나서 글을 쓴 감독님이 너무 궁금했어요. 저는 연출자가 가장 중요해 이 대본에서 느껴지는 빈 공간들을 감독님이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들었어요. 만나뵙고 나니 믿음이 생겼어요."

오는 9월6일 개봉을 앞둔 '잠'은 행복한 신혼 부부 현수와 수진이 악몽처럼 덮친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작품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정유미는 극중 수명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 때문에 잠못 이루는 아내 수진을 연기했다.

영화는 칸 영화제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두루 호평을 얻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고 표현한 바 있다.

"빨리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재밌게 봤다면 사람들이 미리 기대하는데 한편으로 재미가 없으면 '뭐야' 이럴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다행인 건 봉준호 감독님이 재밌게 봤다는데 재밌지 하게 되면 좋아요. 5대5에요."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정유미는 아내 역할을 연기한다. '부산행'에서 임신부를 연기한 것에 이어 또 한 번 임신부를 연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슷한 역할일까 고민했지만 유 감독의 설명을 듣고 달라졌다.

정유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사이에 다른 작품이 있긴 했지만 '82년생 김지영'도 그렇고 '잠'도 그렇고 집 안에서 일어나는 얘기고 한 아이의 엄마 캐릭터에요. 감독님께 비슷하게 보일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더니 자기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지영 캐릭터는 힘듦을 안으로 삼키는 캐릭터고 수진은 진취적으로 한 발 더 나가서 발산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캐릭터인 게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하셨을 때 믿음이 갔어요."

배우 이선균과는 이번 영화로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앞서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2009)과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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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님과 작업은 세 작품을 했지만 회차가 많지 않아도 밀도가 어마어마해요. 촬영할 때 대사량과 테이크 수가 많았는데 거기서 나름대로 훈련된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색하지 않고, 10년 만에 만났는데 첫 촬영은 늘 떨리지만 오빠는 그렇지 않았어요. 홍 감독님의 영화에서 연인이든, 상대가 저를 쫓아다니든, 호흡 맞춘 게 편안하게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딱 잘 붙지 않았나 싶어요."

대중에게 최근 배우 정유미는 예능인으로도 사랑받았다. 나영석PD와 함께 한 여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정유미는 '윤식당' 등을 통해 6년간 예능 시리즈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배우 일을 하며 이런 작품을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일하고 있네 싶으면서 행운이고 감사해요. (예능 경험이)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그런 시간이 주는 힐링이 있거든요. 자유로움이 있고 그 자유로움이 주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폭이 넓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연기할 때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고요. (예능도 하는데)내가 원래 했던 연기를 왜 못하겠어, 하는 생각을 해요. 전혀 예능을 하고 나니 못 할 거 없어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