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첫 해외 공연 자막 없어도 통해…신기한 경험" [N인터뷰]②

밴드 이날치 / 사진제공=LG아트센터
밴드 이날치 /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밴드 이날치(장영규, 이철희,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 박준철)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이날치 신작 '물 밑''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열리며, '수궁가' 다음 정규 음반을 작업 중인 이날치의 새 음악이 공개된다.

이날치의 신작 '물 밑'은 판소리 다섯 마당과 무관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생명의 근원지인 '물 밑'을 찾아가는 천문학자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장영규와 '시련' '장 주네' '백치' 등의 작품을 함께 한 박정희 연출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지난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 영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이날치. 특히 이들은 '범 내려온다'와 '수궁가'로 2021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 받았다.

이날치는 '이날치 신작 '물 밑'' 공연을 앞두고 19일 LG아트센터에서 취재진을 만나 신곡 '물 밑'에 대한 귀띔을 비롯해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밴드 이날치/ 사진제공=LG아트센터

<【N인터뷰】①에 이어>

-최근 첫 해외 공연을 다녀왔는데 반응은 어땠나.

▶(안이호)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헝가리) 4개국을 다녀왔다. 반응은 기대도 했고 우려도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아무래도 저희 멤버가 이렇게 돼있고 그러다보니 음악적으로 판소리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판소리가 국지적이다 보니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이날치의 음악 자체가 해외 사람들도 들뜨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음악이 출발은 어디에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장영규) 저희는 팝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었고, 해외 관객들이 바라보기에는 이날치 음악이 전통과 연결되어있다는 생각하지 않고 팝으로 받아들여주셨다. 덕분에 우려했던 것들은 없었다. 가기 전까지 해외 활동을 많이 하고 해외에서 유명하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이 첫 해외공연이었다.

-해외 공연할 때 자막이 있었나.

▶(신유진) 자막은 없었다. 수궁가라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보니깐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게 제가 영어를 준비해서 했다. 처음에 시작은 안이호씨가 한국말로 '아니리'를 해주고, 제가 중간에 영어로 설명을 하고 했다.

▶(박준철) 다 따라부르시는 외국인들이 꽤 많더라. 타이밍에 맞춰서 하는 소리도 관객분들이 해주셨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언어에 대해서 특별히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

-해외에서는 어떤 피드백이 있었나.

▶(장영규) 가기 전에 처음에 쇼케이스를 했을 때 해외 분들이 한 얘기가 있었다. 음악은 본인들이 들어왔던 음악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노래가 정말 들어보지 못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했었는데, 해외 가서 만난 관계자들도 비슷한 피드백을 해주셨다.

-베이스 박준철이 새로 정식 멤버가 됐듯이, 음악의 변화도 계속 생기는 건가.

▶(박준철) 작년부터 객원 멤버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 정식 멤버가 됐다. 기존의 베이스가 안주할 수 있는 영역의 다른 부분을 만들어준다. 두 개의 베이스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게 반주자로서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멤버들이 신시사이저를 많이 사용하고, 타악기도 많이 쓰면서 세션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 때도 신시사이저가 많이 접목될 것 같다.

▶(장영규) 베이스 둘의 편성을 전하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악기가 추가되고, 뭐가 추가되도 7명이 할 수 있는 사운드는 발전해 나가면서 제한 없이 발전해 나갈 것 같다.

▶(안이호) 유일하게 악기를 못하는 사람이 저다. 작업을 하면서 다들 재주가 좋구나를 생각하게 된다. 살짝 구경하는 입장에서 보고 있다보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게 좋다. 다들 집중해서 하고 있으면 구경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각자 할 수 있는 안에서 음악적인 매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이나래) 1집 했을 때는 악기를 다루지 않다보니깐 소리꾼으로 있었을 때와는 개인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비슷했는데, 최근에 9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연주자임과 동시에 보컬의 역할을 겸하게 됐다. 그러면서 조금 더 역할의 구분 없이 한 팀이라는 게 생긴 것 같다. 그 전에 관객과 프론트맨으로서 1대1로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우리가 함께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와 메인스트림을 오갈 수 있는 밴드라는 점에서 특이점을 가진 게 이날치인데.

▶(장영규) 국내에서 밴드라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엄청 제한되어 있거나 거진 없다고 볼 수 있다. 설 수 있는 무대나 방송도 없다. 이날치의 경우는 처음부터 상업적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지향점이 있었다. 밴드로서 상업적으로 활동하지만 상업 음악신에 들어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포맷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들어오는 제안들, 저희가 어쩌다 보니 관심을 많이 받게 됐고, 그 제안 안에서 이러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은 할 수 있는 한 다 했다. 여러가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들어오면 판단해가면서 할 거다.

▶(안이호) 우리나라에서는 밴드 음악은 밴드 음악대로 사람들이 모르고 판소리도 판소리대로 모른다. 이날치의 음악을 사람들이 얼마나 알까 하면 그것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몰라서 여기 갔다놔도, 저기 갔다놔도 될 것 같아서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잘 모르는데 쓰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것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을 사람들이 잘 알게 되도 다양한 곳에서 쓰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미 쓰이면서 여러 영역 안에 스며들다 보면 은연 중에 영역을 깨기도 하고,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영규) 음악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만들거나 활동을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사정은 길 자체가 막혀있는 것 같다.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 음악 안에 포함 안돼있고 밴드라고 하면 인디라고 돌려버린다. 밴드는 인디로 돌려버리고 시장 안에서 제외 시켜버리는 상황에서 활동하기가 힘들다. 해외는 밴드 음악이 팝 시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음악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존재한다. 음악인으로서 대접받고 활동할 수 있는 시장으로 가고 싶다. 꼭 해외만 바라볼 일인가 싶다.

▶(안이호) 활동하는 사람들이 작업물을 발표하고 그것으로 이후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시장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무엇이라고 본다. 화제의 인물 한 명이나 두 명은 가능하다. 이날치 같은 경우는 너무 신기한 경우다. 이게 어떤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여지지는 않은 것 같다. 나름의 음악을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장이 있다고 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부끄럽기도 하고 당연한 이야기인데 지원금 없이 시장이 유지될 수 있을까의 문제다. 제가 보고 경험해온 시장은 정말 그냥 팔에 포도당 주사가 꽂혀있는 시장이다. 이 현실부터 인정하고 가는 게 출발인 것 같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