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선 "2년 공백기 작품 자주 무산돼…배우로서 고민 多"

[N인터뷰]①'DNA러버' 중 한소진 역

사진=블리츠웨이스튜디오

"2년 동안 작품이 자주 무산됐죠. 작품이 엎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배우로서의 미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라는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정인선이 그동안 근황과 배우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6일 TV조선(TV CHOSUN) 토일드라마 'DNA러버'(극본 정수미/연출 성치욱)이 16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DNA러버'는 수많은 연애를 실패한 유전자 연구원 한소진(정인선 분)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짝을 찾아가는 'DNA 과몰입' 로맨틱 코미디다.

'DNA러버'는 유전자에 과몰입하는 여주인공 한소진과 그와 얽히게 되는 완벽한 남자 심연우(최시원 분), 소꿉친구 서강훈(이태환 분)의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 웃음을 안겼다. 극 후반부부터는 주인공의 남모를 아픔이 등장하면서 사뭇 진지해지기도 했지만 밝고 유쾌한 웃음을 줬다.

정인선은 극 중에서 유전자에 과몰입해 자신의 짝을 찾으려는 유전자 연구원 한소진으로 분했다. 지난 1996년 SBS 드라마 ‘당신’으로 데뷔한 정인선은 아역배우 활동을 거쳐 영화 '한공주' '경주' '멍뭉이' 드라마 '마녀보감' '맨몸의 소방관' '으라차차 와이키키' '아직 낫서른' '너의 밤이 되어줄게'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시청자들과 만났다.

정인선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지난 30년의 연기 경력과 최근 종영한 'DNA러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사진='DNA러버' 스틸

-드라마 'DNA러버'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사주나 MBTI에 관심이 많다. DNA가 사주나 MBTI와 연결되어 읽히는 느낌이었다. 사주와 MBTI에도 바람둥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DNA라는 개념을 대입했을 때도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애니메이션처럼 생동감 있게 읽혔고, 저에게 도전이 되는 캐릭터라서 끌렸다. 오랜만에 작품에 참여하는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도전 욕구가 생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DNA러버'는 본인에게 어려운 작품이었나.

▶'한공주' 등 어려운 작품을 많이 맡았다. 당시 다른 작품에서도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맨몸의 소방관', '마녀 보감' 같은 밝지 않은 역할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저 자신과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작품은 내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배우로서 항상 선택받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터닝 포인트를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앞서 나에게 주어진 이미지대로 작품에 임한다고 이야기했는데 'DNA 러버'에서 소진 역할이 주어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금까지 보여드린 적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다. '못해내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동시에 '이건 꼭 해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소진 캐릭터는 엉뚱하고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과 아버지를 잃어버린 아픔을 연결하며 표현했다. 캐릭터의 표현 방식이 걱정스러웠지만,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약 2년 만에 긴 호흡의 작품에 참여했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2년 동안 작품이 자주 무산되었고, 그 시기에 맞는 역할들은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이러한 역할들이 저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품이 엎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배우로서의 미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라는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때까지 머물렀던 곳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와 재미있는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진 역할을 읽었을 때, 그 글의 경쾌함과 흥미로운 소재에 매료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 2년 만에 새로운 기준점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진 역할이 '너드' 설정이었는데, 캐릭터 스타일링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낸 게 있다면.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기 전에 핀터레스트에 맡은 역할에 대한 스타일링, 메이크업 영감 사진을 저장해서 보여드리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 제안했던 헤어 스타일은 (영화)'아멜리에' 머리 스타일이었다. 곱슬도 없었고 뾰족한 스타일이었다. 작가님이 곱슬머리 우성 유전자를 가진 캐릭터로 설정하고 싶어하셔서, 결과적으로 소진의 스타일이 완성됐다. '한공주' 때와 '소진' 때 모두 먼저 머리 자르겠다고 제안했던 작품이다.

사진=블리츠웨이스튜디오

-방송 후 본인의 모습에 만족했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느꼈지만, 스스로는 후련했다. 오랜만에 단발로 변신하면서 소진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 작품을 만들 때 호불호를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MBTI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과몰입보다는 MBTI를 통해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MBTI를 물어보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소진의 성향과 맞닿아 있을 수 있는데,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ahneunjae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