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수지에 빠져 죽었대요"…사망신고 상태로 33년 산 여성, 무슨 일?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33년간 사망신고가 된 상태로 산 여성의 사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33세 프리랜서 디자이너 사연자가 출연했다.
사연자는 "제가 알고 보니까 사망신고가 돼 있어서 혼인신고를 못 하고 있다"며 "5~6년 전 회사 다닐 때 치과 치료비를 증빙하면 지원해 주는 복지가 있었다. 신청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다. 떼러 갔더니 안 떼어지더라. 제가 없는 사람으로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황해서 엄마한테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엄마한테 연락이 없더라. 당시에는 바빠서 어물쩍 넘어갔다. 결혼 후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갔는데 호적이 없어 접수 신청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사망신고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사연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재혼했는데 새아버지라는 사실도 23세 때쯤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어머니가 이전의 기록을 지우기 위해 딸을 사망신고했고 이후 재혼한 남편의 성으로 다시 출생신고를 한 것. 이로 인해 의뢰인은 태어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 새로운 성을 얻었다.
그는 "김예나라는 이름은 주민등록상에만 존재하도록 처리했다. 제 사망신고서를 제가 봤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이예나가 저수지에 빠져서 사망'이라고 나와 있더라"고 했다.
이어 "주민등록번호도 2개다. 정리하면 '이예나'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있고 호적이 있는데 사망한 거로 된 거고 '김예나'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없는 상태로 주민등록등본만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이거 잘못하면 너희 어머니가 문서위조로"라며 우려했지만, 공소시효가 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뢰인은 서류를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법무사와 함께 방법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그는 어머니가 새아버지와 이혼한 상태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어 '김예나'로 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서장훈은 "굉장히 특이한 사례다. 내 짐작에는 동사무소에 친한 분이나 누가 상황을 알고 선의로 도와줬을 거 같다. 새아버지는 키워주시고 고마운 분이지만 이혼하셨다면 법적으로는 사실 남인데 새아버지 성을 계속 따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한테는 안타까운 일인데 너 말고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심각한 문제다. 악용할 수 있다.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거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이예나로 확실하게 돌려놓고 김예나는 없애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수근도 "33년을 김예나로 살아와서 만감이 교차하긴 할 텐데 예나가 바뀌는 건 아니니까"라며 위로했다.
사연자는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남편도 당황해서 별말은 못 했다. 저도 당황해서 정신없으니까.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내려가기로 한 날에 그런 거여서 저도 당황했다. 시댁 분들이 좋으셔서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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