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대·퀴어로맨스…김서형이 '마인'으로 얻은 것 [N인터뷰](종합)

키이스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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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김서형이 퀴어 로맨스와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마인'을 통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애정을 표했다.

28일 오전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는 tvN 주말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 연출 이나정) 김서형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서형은 '마인'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식, 캐릭터에 대한 애정,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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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마친 김서형은 홀가분해보였다. 5일 전에 촬영을 마치고 이제 '인간 김서형'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사실 인기는 실감 못하겠다. 촬영을 하고 집에 들어가 자기 바빠서 본방을 챙겨보진 못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마인'에서 김서형은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 정서현 역을 맡았다. 재벌가 집안 출신의 화려한 상류층 여성이지만 성 정체성으로 인해 고민하는 인물. 사회적 지위를 위해 자신의 마음과 사랑을 외면하다가 내면의 편견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극에서 김서형은 재벌가 며느리로서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한 없이 여려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김서형의 연기는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했고, 그만큼 존재감이 살아났다. 덕분에 정서현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또 하나의 독보적 캐릭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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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서현은 국내 드라마에 비중 있게 등장한 레즈비언 캐릭터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전부터 여성 퀴어 작품에 관심이 많던 김서형은 고민 없이 '마인'을 선택하게 됐다고. 그는 "멜로에 끌렸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풀어내면 너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은 있었다"라며 "넷플릭스를 보면 (여성들의 사랑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 정말 많이 있는데 국내 드라마는 드물지 않나. 5부까지 대본을 보고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멜로에 대한 갈증이 컸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먼저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감사하게 대본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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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정서현은 수지를 사랑하지만 편견으로 인해 마음을 감추다가 이후 용기를 내 그를 찾아갈 것으로 예고하며 열린 결말을 맞는다. 김서형은 "(수지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길 바랐지만 지금 드라마에 나온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라며 "이후에 추가된 부분도 많다. 수지와 공항신도 없었는데 후반에 추가된 거고, 마지막 통화신도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지와의 장면을 가장 신경 썼다. 정서현은 절제를 하는 인물이지만 수지와 관련된 장면만은 폭발력 있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또한 수지 역의 김정화와 호흡에 대해서는 "첫 만남부터 이상하리만큼 너무 좋았다. 정화씨는 예전에도 그런 역을 해보셨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을 잘 아시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준비를 너무 잘해오셔서 바로 수지와 서현이 됐다"라며 "정화씨와는 눈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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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남편으로 나오는 박혁권에게 커밍아웃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그는 "그 장면 메이킹 필름을 보면 내가 빵 터진다, 선배가 연기 톤을 라이트하게 잡아오셨더라"라며 "사실 그 장면은 혁권 선배가 멋지게 폭발할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해서 진중한 연기를 기대하고 갔다, 그런데 너무 진호(박혁권 분)스럽게 반응을 해주더라, 스테이크 썰다가 '뭐?' 이러고"라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선배가 진호스럽게 해준 게 좋았다, 너무 진중했으면 서현이 입장에서는 '성 소수자라고 얘기하는 게 부끄럽고 잘못된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라며 "덕분에 쿨해보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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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건 한지용(이현욱 분)이 비극을 맞은 카덴차 살인사건이다. 김서형은 살인사건 진범을 처음엔 자신이라 추측했다고. 그는 "살인사건 진범이 주집사라는 걸 8부까지도 몰랐다. 대본에도 OOO이라고 세 글자가 나와서 누구냐고 했는데 다 함구하더라. 나중엔 우리도 연기를 해야하니까 비밀로 할 테니 알려달라고 했다"라며 "나중에 주집사라고 범인이 나왔는데 성연이가 당황하면서 벌벌 떨더라. 갑자기 범인이라고 하니까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서형은 "처음엔 범인이 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동서를 아끼는데"라며 웃은 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범인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달라고, 내 손에 피를 묻히겠다고'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작가님은 처음에 범인이 누구인지 정해놓으셨던 것 같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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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은 정서현, 서희수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연대가 빛난 작품이다. 김서형 역시 극 중 서희수와 정서현의 관계성, 포지션이 좋았다고 했다. 김서형은 "정서현이 서희수에게 키다리 형님, 언니, 친구가 될 수 있는 포지션이 좋았다"라며 "보통 여성들끼리 붙는 드라마에서는 시기, 질투가 깔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이를 보기 좋게 빗나가 연대하는 점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현이가 희수와 연대한 이유는 동병상련이었을 것"이라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한 효원가 안에서 연대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져야할 것들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높고 낮고, 좌우, 여남 상관 없이 결국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서희수로 나온 이보영과 호흡도 전했다. 김서형은 "처음 리딩을 하고 보영씨에게 '여자들의 이야기라 오픈되기 전까지는 시기, 질투가 있는 드라마로 오해를 받을 거다. 뻔한 것들을 생각하고 시청률도 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 우린 잘해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라며 "보영씨는 정말 털털하고 애교도 많고 밝은 에너지가 있다. 반면 나는 투박한 편이라 그게 잘 맞았다"라며 "현장에서 편하게 해줘서 고맙다. 나한테는 보영씨가 정말 멋졌다"라고 파트너를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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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서형에게 '마인'은 무엇일까. 그는 "내게 '마인'은 매년 다르다. 미지수"라며 "연기를 하다 보면 좋은 평가를 받아도 스스로의 만족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해소되지 않는 게 있는데 그럴 때 새로운 작품을 만나 공부하고 성장하는 게 '마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항상 작품을 할 때는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그다. 김서형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이젠 벗어나게 됐다"라며 "오히려 이젠 스스로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가, 그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수식어가 내겐 성실도와 책임감에 대한 척도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간 멜로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김서형은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아이든, 동물이든 그게 멜로고 사랑이면 어떤 작품이든 준비를 하고 있겠다. 나는 경계선이 없다"라며 "언젠가는 한국판 '캐롤'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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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인'은 27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