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① 결말 왜이래…'부부의 세계' 부부관계 본질 좇다 최종회 '공감 부족'

전체적으로 웰메이드 드라마 호평
가출한 아들 1년간 못찾고, 바람났던 남편에 대한 지나친 연민은 이해 어렵다는 반응도

JTBC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부부의 세계'가 16회를 끝으로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15회까지 시청자를 마치 롤러코스터에 태운 듯, 긴장감을 놓을새 없이 다이내믹한 전개를 보여줬던 탓일까. 특별한 마무리를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원작에만 충실하느라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결말을 내놓아,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반응 역시 낳고 있다.

지난 16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 마지막회에서는 여전히 되풀이되는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질긴 인연이 그려졌다. 이태오는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이 보고 싶었다며 그를 데리고 갔고, 이에 놀란 지선우는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부자간의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태오는 "니들 옆자리엔 내가 있었어야 했다" "우리 새로 시작하자" "처음부터 나한테 너 뿐이었어" "당신도 그러길(다시 시작) 바라잖아.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든 거 아니야?"라며 끝까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를 보여줘 지선우와 이준영을 더욱 기가 차게 했다.

이후 지선우와 이준영은 이태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타려 했으나, 이태오가 달려오는 트럭에 사고를 당할 뻔하자 크게 놀랐다. 이어 지선우는 애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태오에게 달려갔고 두 사람은 끌어안았다. 멀리서 그런 부모를 보던 이준영은 환멸감을 느낀 표정이었고, 그 즉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지선우와 이태오가 이준영을 쫓아갔지만 그를 따라잡지 못했고, 이준영은 그대로 가출했다. 1년 후 지선우는 여전히 가정사랑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아들 이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오는 영화사에 직접 시나리오를 돌리는 등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극 말미 집으로 돌아온 이준영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비쳐졌고, 아들을 반기는 지선우의 표정에서 '부부의 세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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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 아쉬운 이유

'부부의 세계' 마지막회는 모완일 PD가 제작발표회 당시 "원작이 여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한국판에서는 다양한 관계에 집중하려 한다. 부부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한 깊은 부분까지 그릴 것"이라 밝힌 것처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부부간의 관계와 감정의 본질을 뚜렷하게 그려내려 했지만 공감까지 얻어내진 못했다.

마지막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아들이 돌아온 것을 암시하는 결말 외에 원작을 따라간 것이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바로 눈앞에서 놓친 아들을 1년간 못 찾는 게 말이 되냐" "아들이 부모 때문에 가출했는데 제정신으로 1년을 기다리는 부모가 있나"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고 가출한 아들 하나 못 찾나" "아들이라면 죽고 못살던 지선우가 천하태평인 게 이해가 안 간다"는 등 반응을 나타냈다. 그간 '부부의 세계'가 보여줬던 감정선이 현실적이었던 만큼, 결말에서도 지극히 현실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결말에서 지선우는 이태오와의 질긴 '사랑과 전쟁'에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듯 내레이션을 통해 '부부의 세계'의 주제를 보다 뚜렷하게 전달했다. 그는 "모든 상황을 규정짓고 심판하겠다는 오만함을 내려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부부간의 일이란 일방적인 가해자도 완전 무결한 피해자도 성립할 수 없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15회까지 지선우에게 "넌 악마"라며 자신이 망한 건 모두 지선우 탓이라 말하던 이태오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로서는 이제와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성립할 수 없다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깨달음에 공감하기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 그간 지선우가 보였던 능동적인 캐릭터와도 정반대되는 선택을 담아내면서 캐릭터와 결말이 호응되지 않는 점도 흠이다. 시청자들도 권선징악의 결말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이태오에 대한 지선우의 지나친 동정과 연민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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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웰메이드

'부부의 세계'는 16회 결말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많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연출력과 연기력, 그리고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다잡은 웰메이드 드라마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일단 시청률도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남겼다. 1회 6.3%를 기록해 2회만에 10%대에 진입했고, 결국 'SKY캐슬'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 23.8%를 넘어 최종회에서 28.371%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긴장감을 풀 틈도 없이 놀라울 만큼 빠른 전개로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했다. 지선우가 이태오의 불륜을 의심하다 진실을 마주하는 반전부터, 불륜녀 여다경(한소희 분)과 신경전부터 이태오가 밑바닥을 드러내는 과정, 지선우의 반격까지, 1~6회에선 폭풍 전개가 이어졌다. 이태오와 여다경이 결혼한 후 고산으로 돌아온 후 2막을 시작하면서부터도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매회 화제를 모았다.

특히 '부부의 세계'는 원작인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보다 더욱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출력과 높은 완성도로 더욱 호평을 받았다. 지선우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캐릭터 묘사도 더 깊이 있고 입체적이다. 박인규(이학주 분)의 고산역 추락 사건을 통해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하는가 하면, 동료 의사 김윤기(이무생 분)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불륜 드라마'로 한정짓기엔 '심리 스릴러'라는 '부부의 세계'만의 장르는 신선했고,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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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이 그려낸 '부부의 세계' 본질

더욱이 '부부의 세계'가 보여주고자 했던 부부간의 관계의 본질은 배우들의 절정의 연기력으로 완성됐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폭풍처럼 변화하는 내면의 변화부터 비참한 절망감, 이혼 후에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연기까지, 김희애는 노련한 연기 내공으로 여전한 저력을 입증했다.

화제의 명대사도 남겼다. "행동 똑바로 해" "결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판돈 떨어졌다고 가볍게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게임이 아니더라" "그러게 남의 물건은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닌데" "본능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야. 여자라고 바람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니야.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고 사는 거지" 등 김희애의 연기가 드라마의 명대사도 살렸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국민 불륜 남편' 이태오 역으로 박해준은 '재발견'을 이뤄냈다. 찌질하면서도 한심한 이태오는 전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끝까지 남탓만 하다 빈털터리가 돼버렸지만 마지막회에서도 지선우와 이준영을 흔드는 뻔뻔한 모습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김희애 만큼이나 이번 역할에 있어 대체 불가한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최고의 화제를 누리게 됐다.

김희애 박해준 외에도 신예 한소희가 데뷔 이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배우로 급부상했다. 한소희는 여다경으로 단순히 피상적인 내연녀 역할을 보여주기 보다 지선우와의 심리전을 통해 불안하고 흔들리는 변화로 보여주면서 연기력도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박선영 김영민 이무생 채국희 김선경 전진서 심은우 이학주 등 '부부의 세계'에서 활약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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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메이크작 최고의 성공 사례

결과적으로 '부부의 세계'는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는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간 국내에서는 영드 '루터'를 리메이크한 '나쁜형사'와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 '미스트리스' 등도 잇따라 호평을 받았다. 그 중 '부부의 세계'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화제성까지 장악하면서 최고의 성공 사례를 남겼다.

'부부의 세계'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극대화시켜 리메이크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말이 부부관계에 대한 메시지와 교훈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국내 정서에는 다소 어긋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아들의 가출에 반응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다 개연성 있게 풀어가는 과정이 결여되면서 원작을 보지 못한 국내 시청자들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로 다가왔다는 평이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