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월화극 1위…역사는 왜곡·연기는 정곡?

드라마 요소 강한 '팩션' vs 타이틀 자체가 역사 왜곡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MBC 특별기획 '기황후' 1회 장면. © News1

</figure>MBC 특별기획 '기황후'가 주연 배우의 호연에 힘입어 방송 첫회 만에 월화극 정상에 올랐지만 방송 전부터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은 여전하다.

28일 첫 방송된 월화 드라마 '기황후'는 전국 시청률 11.1%(닐슨코리아 기준)로 경쟁작 KBS 2TV '미래의 선택'과 SBS '수상한 가정부'를 모두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담은 '기황후'는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백진희 등 주연배우들과 김서형, 이문식, 김영호, 정웅인, 권오중, 김정현, 진이한 등 조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찍었다.

기황후 역의 하지원은 MBC '다모'(2003), KBS2 '황진이'(2006) 등 지난 작품에서 시대극에 강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SBS '시크릿 가든'(2011)에서는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으로 분해 액션 연기도 무난히 소화하며 연기폭을 넓혔다 . 시대극과 액션에 강한 하지원의 연기가 '기황후'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진다는 의미다.

'기황후'로 MBC 드라마에 입성한 주진모는 왕유 역으로 2008년 개봉한 영화 '쌍화점'에 이어 또 한 번 고려왕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아이돌보다는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을 선호하는 중년 여성들은 '기황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기황후' 1회 성연령별 시청점유율 조사 결과 여성 40~50대가 1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중국 현지 촬영도 볼거리다. '기황후' 1회는 중국 헝띠엔(橫店) 세트장에서 현지 촬영한 대규모 책봉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현지에서 촬영한 장면답게 수많은 엑스트라들을 포함해 웅장한 스케일, 하지원의 대례복·지창욱의 황제복 등 화려한 의상으로 남다른 때깔을 과시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배우 주진모, 하지원, 지창욱(왼쪽부터)이 24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3.10.24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figure>인물들간의 관계도 흥미를 자아낸다.

하지원은 제작발표회에서 "'기황후'는 고려의 왕과 원나라 왕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픈 사랑 등을 그린다"며 "승냥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극은 역사적 사건보다는 인물 관계에 집중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극 초반 하지원과 주진모는 남들 몰래 눈을 마주치고 애틋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깊어질 로맨스를 예고했다. 하지원은 주진모를 바라보며 애절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창욱(순제 역)은 주진모에게 "아직도 승냥이(기황후)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등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를 암시했다.

이 외에도 하지원과 주진모의 활 쏘기 내기 장면 등은 액션 연기에 코믹적인 요소까지 더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기황후'는 역사 왜곡에 관한 비판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기황후'는 당초 극본에서 고려 28대 왕인 충혜왕을 미화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실제 충혜왕은 악행과 패륜을 일삼고 향락에 빠져 산 폭군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드라마상에서는 기황후를 향한 애잔한 사랑의 주인공이자 자주적인 왕으로 그려질 예정이었다. 제작진은 비판을 의식한 듯 충혜왕을 가상 인물 왕유로 바꿨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열린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한희 PD는 '기황후'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 허구의 이야기가 섞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황후 측은 첫 방송에서도 자막으로 '이 드라마는 고려말, 공녀로 끌려가 원 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뤘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며 '팩션 사극'임을 강조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MBC 특별기획 '기황후' 2회 스틸컷. © News1

</figure>작품 속 주인공인 기황후는 실제 공녀에서 황후자리까지 오른 인물은 맞다. 동시에 자신의 고국인 고려를 제압하려 원나라 군대를 고려에 보낸 인물이다. 황후가 된 후의 역사는 무시한 채 성공 신화적인 긍정적인 면만 부각한다면 자칫 선도적 여성이라는 단면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정경순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와 역사를 구분할 수 있도록 기황후의 부정적인 면도 드라마 말미에는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작품이 궁극적으로 실제 인물인 기황후를 전면에 내세우고 제목으로도 취했다는 점에선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기황후'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논란만 가중시키지 말고 타이틀을 바꾸세요", "제목을 기황후로 해놓고 역사 왜곡 아니라는 제작진", "드라마 제목을 바꿔야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다" 등 왜곡 여지가 있는 기황후를 전면에 내세운 제작진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MBC 측은 '기황후'라는 제목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끊이지 않는 역사 왜곡 논란은 '기황후' 제작진들이 해결해야할 무거운 과제다. '기황후'는 50부작에 걸쳐 진행되는 대작이다. 방송 초반에는 논란에 의한 단발적 관심이 시청률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역사와 드라마 사이의 분명한 차이점을 작품으로 증명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잡아둘 수 없다.

MBC 새 월화 드라마 '기황후' 2회는 29일 밤 10시 전파를 탈 예정이다.

hkmae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