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동결된 '전기요금'…탄핵정국 속 인상 가능성은?
한전,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 ㎾h당 +5원 유지
고환율·고유가에 인상 필요성↑…요금인상 동력은↓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일단 동결됐다. 정부 업무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현재로선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고환율,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요금이 동결됨에 따라 200조 원 상당의 누적부채를 지닌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적용할 연료비조정요금을 현재와 같은 ㎾h당 +5원으로 유지한다.
전기요금은 통상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브렌트유 등 최근 3개월 평균 가격을 토대로 산정된다.
한전은 2022년 3분기부터 국제연료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줄곧 최대치인 +5원을 반영해 왔다.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요금은 연료가 하락에 따라 ㎾h당 -5.1원으로 산정됐으나, 한전의 누적적자와 부채 상황 등을 감안해 +5원 상한액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의 누적부채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3분기 말 기준 37조 6906억 원, 부채는 204조 1248억 원으로 늘었다.
한전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한전이 올해 납부한 이자는 3조 3000억 원으로 3분기까지 낸 흑자(5조 9457억 원)의 55.5%에 달한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LNG는 ㎏당 915.9원, BC유는 ㎏당 758.87원으로 지난 9월(838.66원, 744.59원)보다 9.2%, 1.9% 각각 올랐다. 유연탄 역시 ㎏당 177.07원으로 9월(174.87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유가는 1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쌓인 한전의 누적부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재료인 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이런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만들어졌다.
아직 쌓인 적자를 해소하기 이전에 과거와 같은 고환율·유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흑자를 기록하던 한전의 재무 상황이 다시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전은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 해소를 위한 숨 고르기 단계에 있는 수준"이라며 "지금과 같은 요금을 유지하는 상황에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면 추후 더욱 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정국 이후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환율 상황도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연료 수입 계약을 이행할 때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전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로 늘렸으나, 2027년이 되면 기존 한도인 2배로 줄여야 한다는 점도 요금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상황에도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동결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지난해 11월, 지난 10월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한전의 요금 인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연료비조정단가를 동결한 상태로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전기요금 구성 요소인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을 조정해야 한다. 탄핵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워 다른 요소에 대한 인상 논의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탄핵이 확정돼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면 요금 인상의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고환율 등으로 인해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 등을 위해서는 추가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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