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과거 탄핵 때보다 대외여건 어려움 커…여야정 힘 합쳐야"

[탄핵 가결]"국내 요인이 해외 요인과 중첩돼 영향 증폭될 가능성"
"과거 탄핵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갈등 길어지면 영향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관련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과 탄핵 등 최근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 "과거와 달리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여야정 합의를 통해 경제 상황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및 대응방향'에 대해 "해외 요인이 국내 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과거 탄핵 국면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확대했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는 투자 심리 악화로 하락했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국고채 금리(3년물)는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환율은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전반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흐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이다.

실물경제의 경우 과거 탄핵 사태가 소비심리를 다소 위축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 제공

이번 상황을 과거와 비교하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 심리가 약화한 것은 공통적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에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해외 요인이 국내 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야정 합의를 통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아울러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 사례를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3~6개월 정도 지속되더라도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정상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사태의 경우 경기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주요 금융·경제 정책을 여야정 협의하에 차질 없이 진행해 경제 시스템이 독립적·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줄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다만 "향후 정치 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