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노동개혁 동력 상실…정년연장·노동약자법 '시계제로'

비상계엄 후폭풍이 치고 간 노동현안들…노동개혁 동력도 '증발'
올스톱된 입법과제들…노동약자·퇴직연금 의무화 등 입법 '개점휴업'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195명으로 미달, 투표 불성립으로 인해 폐기되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비상계엄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이던 노동 개혁도 동력을 상실했단 평가가 나온다. 내년 업무 계획을 비롯해 정년 연장 등 시급한 노동과제가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정부 정책의 향배도 당분간 안개 속을 걸을 전망이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하려고 했으나, 투표 성립에 필요한 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탄핵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인원 3분의 2인 200석의 찬성이 필요한데, 일부를 제외한 국민의힘 상당수 의원이 앞서 진행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투표만 마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명예 상황을 피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정국은 위태로운 상태가 됐다.

관가 안팎에선 비상계엄 후폭풍 여파로 정부의 정책 동력이 증발하면서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노동 개혁 등 4대 개혁 추진 역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정부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필두로 근로 시간 개편 문제와 정년 연장,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개혁의 밑 작업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위해 김 장관은 노사 주체들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할 정책 역량 등을 고민해 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되면서 당분간 고용·노동 정책 등은 시계 제로(0) 상태에 빠졌다. 국회가 탄핵 국면 소용돌이에 빠지며 입법 절차도 멈춰 정책 추진력도 표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가 노사정 사회적대화마저 중단을 선언하며 계속 고용 등 시급한 노동 문제에 대한 논의도 발이 묶였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문제, 정년 연장 등 정말 시급한 문제가 눈앞에 있지만 자격이 없는 정부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계속 고용 방안 마련을 위해 12일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계엄 파동 속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이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에 대한 로드맵을 올 연말쯤 발표할 계획이었다.

노사 실무진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도 오는 9일 개최 예정이었던 정책간담회를 취소했다. 특위는 이날 정책간담회를 통해 정년 연장 법 개정 사안을 구체화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올 연말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계속 고용 로드맵을 발표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도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권기섭 위원장이 "고령자 계속 고용 의제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흔들림 없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노사정 주체들의 책무"라고 거듭 사회적대화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내각 총사퇴 등 국정운영 '올스톱' 상황 속 노사정 대화는 난망한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었던 노동 약자 지원법,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등 정부의 입법 사안들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상계엄부터 탄핵정국까지 하루아침에 어수선한 정국이 되면서 그동안 준비해 왔던 정책들도 모두 붕 뜨게 된 상태"라며 "평소에 하던 업무는 업무대로 진행하겠지만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인 주요 정책들은 결국 힘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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