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첫 시추 앞두고 예산 삭감 위기…애타는 '산업부'

野, 예산 506억 중 98% 삭감…남은 예산 8.3억뿐
석유公, 자본잠식 5년째…자력으론 사업수행 불가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이달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첫 시추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일부터 순조롭지 않다.

1차 시추 비용은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50%씩 나눠 투입하기로 했는데,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거의 전액 삭감하면서 정상적인 사업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원탐사개발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시추 1공당 최소 1000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재정으로만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 5700만 원에서 497억 2000만 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 3700만 원에 불과하다.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 석유·가스전 부존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애초 국가예산 506억 원, 석유공사 500억 원을 투입해 1차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만약 예산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온전히 석유공사 자체 예산만으로 시추를 진행해야 하는데 자본잠식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를 2014년 인수했는데, 투자한 금액이 총 7조 5766억 원에 달한다. 막대한 금액이 투자됐지만 회수한 금액은 490억 2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실패하면서 석유공사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5000억 원 수준으로 자기자본회전율은 -242.25로 5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5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들로부터 투자유치를 통해 2차 시추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7월부터 엑손모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이탈리아 애니 등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어 왔는데, 1차 시추가 난항을 겪으면 해외 투자사들의 투자 의향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석유공사는 656억 원에 시추선을 선정하는 등 예산 문제를 제외한 다른 시추절차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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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이달 10일께 부산에 도착해 부산항 외항에서 보급품을 실은 뒤 대왕고래로 이동할 예정이다. 부산항에는 바라이트, 벤토나이트 등 시추를 위한 재료도 2000톤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석유공사는 포항 영일만항을 보조항만으로 선정하며 시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말 석유공사의 대왕고래 구조를 시추 위치로 한 '8광구 및 6-1광구북부' 시추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를 설득해서 예산을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석유공사는 1월 중순쯤 첫 시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을 뚫은 후 암석 시료를 확보해 해당 좌표의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1차 시추 작업은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는 석유·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왕고래 지역을 첫 탐사시추 장소로 선정했다. 석유공사는 미국 액트지오사의 자문 등을 거쳐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에서 모두 7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했는데,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