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교역국 성장한 베트남…韓 진출 기업 55%는 '기술유출·위협' 경험

산업연, 베트남 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4)
"외국인·한국인 직원이 기술자료 탈취한 뒤 경쟁사 이직"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 시민들이 산책 등 운동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절반은 올해 이익이 전년대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다만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절반이상은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상황 속 자사의 핵심기술 유출이나 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산업연구원(산업연)이 발간한 '베트남 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4)'에 따르면 한-베트남 교역은 지난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2022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처음 한국의 3대 교역국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자리를 지켰다.

교역 파트너로서 베트남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산업연은 2021년부터 매년 베트남 진출 기업에 대한 경영환경 실태주소를 벌이고 있다.

올해 7~8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베트남에 진출한 335개 국내 기업 중 50.1%는 올해 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 감소를 예상한 기업은 13.5%였다.

올해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업종은 선박 등 기타 제조 및 부품(85.7%), 화학(80%), 자동차‧부품(75.9%), 금융(60.0%), 기타 서비스(54.1%) 등이었다.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기술 자산'으로 기술 인력(37.9%)과 고객거래처 등 경영정보(23.8%)를 가장 비중 있게 꼽았다. 생산제품 레시피(14.1%), 제품도면·소스 코드(13.6%), 생산공정 자료(10.7%) 등도 핵심 기술 자산으로 평가했다.

기술 유출 또는 위협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54.6%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34.6%)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것이다.

'기술 유출 또는 위협' 경험 시기로는 현지 운영 단계(74.7%)가 해외 진출 단계(17.4%)나 철수 단계(7.9%)보다 많았다.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는 외국인 고용원(28.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협력업체(22.1%), 경쟁업체(22.1%), 한국인 고용원(20.4%) 등도 적지 않았다.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 고용원'을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 지목한 기업은 자동차·부품(100%), 화학 기업(42.9%) 등에 집중돼 있었다.

반도체 업종은 '한국인 고용원'(40.0%), 금융 업종은 '경쟁업체'(50.0%), 물류 업종은 '협력업체'(33.3%) 등을 각각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 지목했다.

기술 유출 발생 원인으로는 조직 및 정책, 문서, 인원 등 관리보안 미흡을 꼽은 경우가 50.9%로 가장 많았다. PC나 휴대전화, 정보통신기기 등 기술 보안 미흡(29.1%), 출입 통제, 자산통제, 폐쇄회로TV(CCTV) 등 물리보안 미흡(20.0%) 등도 원인으로 나타났다.

박병열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설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외국인 직원이나 한국인 직원이 기술 자료를 탈취한 뒤 경쟁사로 이직하는 형태의 기술 유출·위협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