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견인한 韓 수출…업황 악화·트럼프 2.0은 '위협 요인'
수출 1.4%↑, 14개월 연속 증가세…반도체 가격은 30% 하락
트럼프 재집권 영향 등에 내년 韓 성장률 1.9% 전망…자동차 등 침체
- 임용우 기자,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나혜윤 기자 = 반도체가 4개월 연속 역대 월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14개월 연속 우리나라 수출은 플러스 행진을 써내려가고 있다. 무역수지는 1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떠오른 반도체 경기 악화 전망에 트럼프 2.0 시대 출범을 앞두고 우리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우고 있다.
이미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앞다퉈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1% 후반에서 2%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563억 5000만 달러, 수입은 2.4% 감소한 507억 4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56억 1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수출 증가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반도체는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 달러(+30.8%)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최대실적 경신,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반도체 대신 수출을 이끌었던 자동차는 주요 부품업체의 파업, 임금 단체협상 지연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전년보다 13.6% 줄어든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철강, 선박, 컴퓨터 등 5개 품목에서만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했던 반도체의 업황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조사결과, 지난 29일 기준 PC용 D램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0.59% 내린 1.3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30달러)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5∼7월엔 보합세였다. 8월 2.99% 하락으로 전환한 데 이어 9월에도 17.07% 떨어진 뒤 10월 변동이 없었으나 이달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가격 하락은 중국산 구형 D램 등이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각 회사들이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 하락이 2025년 상반기에도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반도체 가격 하락과 더불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도 우리나라 수출에 불안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속도 등은 경제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로 2.1%, 한국은행은 1.9%로 각각 내다봤다. 또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6일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1.8%로 하향 전망했다.
산업연 관계자는 "내년은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가전·디스플레이산업은 성장세가 정체되거나 둔화되고, 자동차, 철강, 섬유, 이차전지는 침체 국면이 다소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의 불확실성은 줄이고 기회요인을 살려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활동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주요 수출지역의 상무관, 코트라와 함께 세계 시장 전반에 대한 수출여건을 점검하겠다"며 "수출기업에 대한 맞춤형 진출 전략을 오는 4일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