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 수출 때리면…내년 2% 성장도 '빨간불'[시장의 경고]⑦

주요기관, 내년 韓 경제 2.0~2.3% 성장 전망…KDI, 2.1→2.0% 하향
美 관세 인상땐 수출 최대 63조 감소…"2%대 성장 어려울 수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도 한국 경제의 2%대 성장률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2%대 초반 성장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출이 생각보다도 더 부진할 경우 성장률은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대내외 주요 기관의 2025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기관별로 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2.1%,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 2.0%를 각각 제시했다. 대외 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로 전망했다.

가장 최근 전망치를 수정·발표한 KDI는 지난 12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전망치를 2.1%에서 0.1%포인트(p) 하향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반영되면 수출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내놨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업적을 미뤄 짐작해 볼 때 관세 인상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진 않더라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 투자를 줄이고 이것이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는 향후 우리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큰 하방 압력으로 꼽힌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이런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의 연간 총수출이 최소 53억 달러(약 7조 원)에서 최대 448억 달러(약 63조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발(發) '2차 관세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하락 압력이 최소 0.46%p에서 최대 1.14%p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아직 해가 바뀌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벌써 내년 성장률 전망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의 잇따른 내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대표적인 예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9월 말 기준 2.1%에서 10월 말 2.0%로 0.1%p 하락했다.

특히 HSBC와 노무라(각 1.9%),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각 1.8%) 등 5개 사가 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내놨다.

우리 경기를 뒷받침하는 건설투자의 부진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건설 규모 자체가 줄면서 올해(-2.3%)에 이어 내년에도 역성장(-2.7%)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특정 시나리오를 상정하긴 어렵다"라면서도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KDI의 성장률 전망치인 2.0%와도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