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석달째…베트남·캄보디아 이모님도 오나

고용허가제 16개국 대상 내부 검토 중…돌봄·가사 분리 도입도 고민
노동계는 사업 확대에 '반발'…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은 '지속'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지난 9월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첫 출근해 아이를 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4.9.4/뉴스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시범사업인 '필리핀 가사 관리사' 도입 석 달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 가사 관리사 대상 국가를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는 고용허가제 협약을 맺은 16개국을 대상으로 내부 논의에 나섰으며, 이를 통해 내년 가사 관리사 도입 규모도 대폭 늘릴 전망이다.

15일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 관리사 대상 국가 확대를 위해 내부적으로 고용허가제 도입 국가인 16개국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내년 1200명 도입 여부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 종료인 2월 이후 최종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3일 고용부는 서울시와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해당 사업은 6개월짜리 시범사업으로,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 100명은 8월 입국한 후 한 달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

고용부는 시범사업 종료 이후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 규모를 1200명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범사업 종료 이후 구체적인 규모와 사업 존폐가 확정될 예정이다. 고용부는 2월 사업 종료 후 조사를 통해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국가는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파키스탄·몽골·스리랑카·우즈베키스탄·중국·캄보디아·네팔·방글라데시·키르기스스탄·동티모르·라오스 등 16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고용허가제 협약이 맺어졌으며 해당 국가들의 노동자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우리나라로 입국하게 된다.

우선 고용부는 가사 관리사의 업무에 대한 송출 국가별 자격증 유무나 송출국의 사업 참여 의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내부에서 어느 정도 송출 국가들이 정해지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당초 기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을 분리해서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최근 KBS 일요진단에서 "직접 쓰고 있는 아빠, 엄마들한테 전화해 봤는데, 대만족이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도가 높다"면서 "현재 시행 초기지만 앞으로 확대해서 내년에도 더 넓혀 나갈 생각이고 앞으로 필리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넓혀서 더 많은 가사 관리사가 올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가사 관리사의 근무환경과 최저임금 예외 적용 등의 임금 수준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김 장관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확대 언급 직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은 주 30시간 노동시간도 못 채우고 송파구에서 은평구를 왕복하고 있다"며 "휴게 공간도 없이 지하철에서 식사를 때웠다는 이주노동자의 증언이 생생하다"고 비판했다.

송미령 한국노총 가사돌봄서비스 사무국장도 "확대사업계획을 중단하고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면서 "조사를 토대로 중장기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국내 노동 현장을 꼼꼼히 파악하고 가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국장은 "국내 가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무계획적 외국인력 도입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출뿐더러, 직업에 대한 인식을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과 관련해선 서울시는 이용 가정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저임금 이하로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용부는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최저임금이 하한선임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국적에 의한 임금 차별을 못 하고, ILO 협약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을) 차별하지 못한다"면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에 선을 그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