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의 꿈…임종세 해양대 교수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NFEF 2024]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임종세 교수 특별강연
"시추는 꼭 필요…정부정책 일관성, 재정지원도 필요"

임종세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플로리스홀에서 열린 '뉴스1 미래에너지포럼(NFEF) 2024'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가능성과 의미'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4.11.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는 꿈꿀 수조차 없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임종세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13일 서울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호텔 용산에서 열린 '뉴스1 미래에너지포럼(NFEF) 2024'에 특별강연자로 나서 연말 첫 시추를 앞둔 '동해 심해 가스전' 자원탐사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12월부터 4개월간 약 1000억 원을 투입, 동해 심해 7개의 유망구조 중 한 곳에서 첫 탐사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등 용역 계약을 맺었다.

시추 1회당 필요한 비용은 최소 1000억 원으로, 정부는 지난 8월28일 동해 울릉분지 '대왕고래' 지역의 첫 시추 예산으로 506억 원을 편성한 상태다. 나머지 500억 원은 석유공사 자체 예산이 투입된다. 2차 시추부터는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게 정부와 석유공사의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 발표 및 사업 성패의 불확실성을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게 적정한 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임 교수는 "유망구조를 도출해 동해 심해 개발을 본격화하자고 시작한 게 2021년 만든 '광개토 프로젝트'"라며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해에서 유망구조 발굴을 위한 탐사 활동은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있어왔다"면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고,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대통령께서 발표하는 바람에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지금은 물리탐사를 해봤더니 석유·가스가 묻혀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지질 구조를 확인한 단계"라며 "그러니 이제 얼마나 존재할지 실제 한번 시추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심해에 석유가 존재하기 위해선 크게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탄화수소(석유 혹은 가스)가 이동하지 못하게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트랩 구조와 유기물의 함량이 높아 탄화수소를 생성해내는 △근원암이다. 근원암에서 충분히 탄화수소가 생성되는 성숙 단계에 이르렀을 때 구멍이 많은 △저류암이 근원암에서 흘러나오는 탄화수소를 머금게 된다. 마지막으로 탄화수소가 트랩 구조에서 나오지 못하는 뚜껑 역할을 하는 △덮개암이 필요하다.

임종세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플로리스홀에서 열린 '뉴스1 미래에너지포럼(NFEF) 2024'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가능성과 의미'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4.11.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임 교수는 물리탐사를 통해 이 같은 지질구조를 확인한 만큼 시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원탐사 개발에 성공한 해외 주요 사례도 소개했다. 임 교수는 "이스라엘하면 보통 석유가 나지 않는 중동 국가라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여기도 탐사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가스전을 발견, 지금은 가스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며 "남미에 있는 가이아나도 대표적이다. 가이아나도 처음 실패를 맛봤지만, 14공의 시추를 통해 리자라고 하는 유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빈국이던 남미의 가이아나는 지난 2019년 말 자국 해역에서 110억 배럴 어치에 달하는 양질의 석유 유전이 확인되자 단숨에 2020년대 가장 발전 가능성 있는 국가가 되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GDP도 단숨에 개발도상국 수준으로까지 뛰었다. 탐사 프로젝트가 가동된 2022년 가이아나의 GDP는 153.6억달러로, 석유 발견 시점인 2016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1인당 GDP 역시 2016년 5500달러에서 2022년 1만8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도)상당히 탐사 기술이 발달했고, 시추 기술도 발달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면서 "(혹여 이번에 실패하더라도)이 경험을 통해 계속 자료를 축적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개발은)탐사에서부터 개발·생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투자 비용 또한 적지 않아 국가 중장기 계획에 기반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석유와 천연가스는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현재 94%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충분한 천연자원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다양한 효과들을 볼 수 있다"고 거듭 자원탐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내달 중순쯤 첫 시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을 뚫은 후 암석 시료를 확보해 해당 좌표의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첫 작업의 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나올 예정이다. 결과 여하에 따라 대왕고래의 사업성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첫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동남아 해역에서 출발해 12월 10일쯤 부산항에 도착한 뒤 대왕고래로 이동해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