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5%p 축소…안개 걷힌 한은, 11월 또 인하할까

美 연준 정책금리 0.25%p 추가 인하…금융 불안 우려 덜어
경기 부진, 인하 필요성 키우나…28일까지 환율-부채 관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이어 이달도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이 1.5%포인트(p)로 축소됐다. 오는 28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동결)과 성장(10·11월 연속 인하)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실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50~4.75%로 0.25%p 낮추기로 했다. 지난 9월 '빅 컷(한 번에 정책금리 0.5%p 인하)'에 이은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인하 폭이 0.25%p로 줄어든 주된 이유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금 확산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9월 이후 나온 물가 상승률 지표가 나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는 높았다"고 말했다.

시장은 다음 달 연준의 추가 인하 확률을 높여 잡았다. 9월 FOMC에서 연준의 연말 정책금리 예상치가 5.1%에서 4.4%로 낮아진 가운데, 파월 의장이 추가 데이터 확보 필요성을 이유로 12월 인하 카드를 테이블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다음 달 연준의 3연속 인하 확률을 74.5%로 반영했다. 이날 FOMC 직전 70% 수준보다 높아진 것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계속 완화되는 추세가 예상돼 한은으로서는 연준과 같은 '추가 인하' 여지가 넓혀진 셈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달 한은의 금리 인하냐, 동결이냐를 가를 양대 요인은 오는 28일 금통위까지의 환율 상승, 가계부채 추이로 지목된다.

7~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 대신 동결한 바 있다.

하지만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로 부진해 '쇼크'로 평가된 데다, 최근 정부 거시 건전성 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속속 나온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불거진 강달러 현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금리 동결 필요성을 키우는 재료로 등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이 나온 7일 환율은 1400원을 넘기면서 2022년과 같은 고환율 시대 재림의 공포를 키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감에서 11월 금리 결정의 3대 변수를 설명하면서 △내년 경제 전망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강달러 추이 △정부의 거시 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 대선 불확실성 요인은 확실한 악재로 판명된 상황이다.

이에 시장이 트럼프 재집권으로 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에 집중해 강달러 추이와 환율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한은의 동결 유인은 한층 강화된다. 반면 시장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뚜렷하게 꺾이면 내수 경기 부양을 염두에 둔 추가 인하 동력에 불이 붙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는 탄탄한 미 경제 지표와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태에서 이뤄졌던 통화정책 이벤트였다"며 "하지만 연준은 당분간 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요인을 크게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공 연구원은 "현재 인하 기조에 대한 재확인만으로도 단기 급등한 금리 수준에 대한 되돌림, 하향 안정화 시도가 가능하다"며 "향후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강화될 경우 금리 하단은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인하 사이클이 다시 확인됐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던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급등했던 국채 금리는 다소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오히려 물가 압력 추가 둔화와 12월 추가 인하 기대감 등으로 미 국채 금리는 안정을 찾아갈 여지도 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연준은 물론 영란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지속되고 있고 트럼프 관세에 대비해 주요국이 경기 방어 차원의 완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어 글로벌 유동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발표되는 중국 정부의 재정 부양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서프라이즈 규모라면 유동성 기대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