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손놓고 보면…70여년 뒤 GDP 21% '급감'

한은·금감원·기상청 분석…대응 빠를수록 GDP 타격↓
국제사회 무대응 땐 2050년 악영향 급증…2100년 '뚝'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수록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더욱 완만히 감소해 2100년쯤에는 아예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았을 때보다 GDP를 500조원가량 지켜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4일 공개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기후대응 시나리오별 분석' 제하의 BOK이슈노트 보고서에는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소속 김재윤 과장·류기봉 조사역 등의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를 크게 4개로 나눠 각각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 시나리오는 △1.5도 대응(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2.0도 대응(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80% 감축) △지연 대응(2030년까지 국제사회 무대응 후 2030년부터 2.0도 대응 급선회) △무대응 등으로 나뉘었다.

분석 결과 1.5도 대응 시나리오에서 GDP는 탄소 가격 상승 등으로 2050년쯤에 기준 시나리오 대비 -13.1%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친환경 기술 발전과 기후 피해 완화 등에 점차 회복해 2100년쯤에는 -10.2% 감소할 것으로 추정(2024~2100년 연평균 -0.14%p)됐다.

반면 무대응 때에는 2050년 기준 시나리오 대비 -1.8% 감소, 이후 기후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100년에는 -21.0% 급감(연평균 -0.30%p)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전환·만성 리스크는 어느 시나리오에서나 우리나라 GDP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기후 대응에 적극적일수록, 관련 정책을 먼저 시행할수록 악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 셈이다.

(한은 제공)

2.0도 대응과 지연 대응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 GDP가 기준 시나리오 대비 각각 -6.3%, -17.3% 감소할 것으로 계산됐다. 이후 2100년에는 -15.0%, -19.3% 감소(연평균 -0.21%p, -0.28%p)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지연 대응 시에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대비 2도 낮추기 위해 2030년부터 강력한 기후 정책(탄소 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을 도입함에 따라 2050년경 GDP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 고탄소 산업의 경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는 '전환' 리스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탄소 가격이 오르는 2050년까지 부가가치가 감소하지만 이후 친환경 기술 발전 등으로 감소 폭이 둔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만일 국제 사회가 1.5도 대응 시나리오를 택한다면, 이들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2050년 기준 시나리오 대비 -62.9% 추락한 뒤 회복해 2100년쯤에는 -32.4%로 피해가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기온 등에 민감한 농업·식료품 제조업 등은 반대로 '만성' 리스크에 취약하게 나타났다. 특히 온도 상승·강수 피해가 늘어나는 2100년에 다다를수록 부가가치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산업은 1.5도 대응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050년 부가가치가 -1.8% 감소에 그치지만, 2100년쯤에는 -33.4% 고꾸라졌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무대응 시나리오에서 한국 연평균 기온은 21세기 말(2081~2100년 평균) 현재(2000~2019년 평균)보다 6.3도 상승할 것"이라면서 "강수량도 16%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대응 시 태풍 피해가 갈수록 점차 확대돼 2100년 9조7000억원(99분위 기준)에 달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1.5도 대응 시 피해액(7조원)보다 38% 큰 수준"이라며 "제조업 등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조속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