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반도체 위기설'…'K-칩스법'으로 활로 열릴까
9월 반도체 생산, 작년 7월 이후 첫 마이너스…역대 장관들도 우려
당정,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제정 속도…직접 보조금에는 온도차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반도체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월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떠받치는 주력산업으로, 앞선 무역적자의 그늘에는 항상 '반도체 침체'가 있었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우리나라는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는데, 이때도 반도체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 내 반도체특별법과 K-칩스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인데, 다시 피어오르는 반도체 위기론 속 활로가 될지 주목된다.
3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생산동향'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3.0% 줄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만 "제조업에서 반도체 부문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생산 수준 자체가 여전히 좋다"며 "고사양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많고 생산·수출이 여전히 잘되고 있기 때문에 흐름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현 상황을 아직 '위기'라고 진단하기 어렵다는 통계청의 분석과 달리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초청, 특별대담을 진행했는데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경고했다.
역대 산업장관들은 한국과 달리 미국·중국·일본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점을 소개하며 국내 대응이 한참 뒤졌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 조치)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담회에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중앙대 석좌교수),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이종호 전 과기부 장관(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산업기술의 역외 유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4년 9월) 경찰청이 산업기술 유출을 적발, 송치한 건수만 모두 665건이다. 이중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례만 61건에 달한다. 연도별 반도체 기술 유출 건은 △2019년 2건 △2020년 2건 △2021년 3건 △2022년 7건 △2023년 14건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정부·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도체산업특별법'과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처리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5개 분야 주요 민생 입법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5개 분야는 △민생경제 살리기 입법과제 △민생 직결 입법과제 △출생 문제 해결 위한 입법과제 △국민 안전 입법과제△ 지역균형 발전 입법과제 등이다.
주요 민생경제 입법과제는 반도체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전략적 국가 지원 방안을 담은 '반도체산업특별법',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 첨단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전략기술에 세액공제 특례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일명'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여야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관건은 정부의 결단이다.
여야는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등의 경쟁국과 같이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직접 보조금 형태의 지원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이 반도체특별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조율 끝에 '직접 보조금 지원'을 명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주무부처 수장인 안덕근 산업장관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유연하게 쓸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다"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은 국가 산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있는 분야이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경쟁국들의 정책적 지원 방안은 어떤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직접 보조금 지원 형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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