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美대선 주목하는 이유…韓 대외의존도 다시 90% 상회
전체의 35%까지 올랐던 국민경제 중 내수 비중, 이젠 10%뿐
미국 대선-중동 사태 등 외풍에 민감…향후 금리 결정에 영향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 경제 대외의존도가 다시 90%를 넘어섰다. 내수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어 대외 교역의 중요성이 커졌던 코로나19 확산기를 제외하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전분기(86.7%)보다 4.1%포인트(p) 오른 90.6%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민간 소비·투자가 빠르게 위축된 코로나19 확산기(2022년 2~4분기)를 배제하고 2014년 1분기(9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한 국가의 국민 경제가 무역(해외 부문과의 거래)에 어느 정도로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위 '대외의존도' 혹은 '무역의존도'라고 불린다.
높은 대외의존도는 국민 경제가 외풍에 취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수 시장이 작거나 부진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질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대외의존도는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60~70%대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등해 100% 선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70%대로 낮아졌고 코로나19 확산 극초반 국제 교역이 빠르게 위축됐던 2020년 2분기에는 65.0%까지 내렸다.
그러다 빠르게 상승해 2022년 3분기에 100.4%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 4분기 94.3%, 2023년 1분기 88.5%, 2분기 87.5%, 3분기 85.0% 등으로 낮아진 이후 4분기 88.3%, 올해 1분기 86.7% 등 추세적으로 반등한 것이다.
이처럼 대외의존도가 10년 전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경우 내년 국내 경기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밖에 중동 사태 향방에 따라 국제 유가 변동이 심해지는 경우에도 경기나 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할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최근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대내 경제 상황도 금리 결정에 물론 중요하지만 미 대선이나 중동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확대되면서 내년 경기 전망이 덩달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향후 금리 결정과 관련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 여건이 많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일단 선거 결과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을 보고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보려 한다"고 예고했다.
또 트럼프 재선 땐 관세 인상 등에 따라 글로벌 물가가 오르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발생 여지가 있고, 이 경우 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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