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에 올해도 동원된 '기금'…정부 '쌈짓돈' 전락 우려도

세수 결손액 29.6조 중 기금 '여윳돈' 14조~16조 활용
2년 연속 외평기금 동원…"기금 존재 근거 허무는 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 김윤상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올해 약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최대 16조 원 규모의 기금 '여윳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가 재현되면서 기금이 자칫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액 전망치인 29조 6000억 원 중 적게는 14조 원에서 많게는 16조 원을 기금 가용 재원으로 보전할 방침이다. 이는 전체 결손액의 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4조 원 내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4조~6조 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 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3조 원 내외) 등이 투입된다.

외평기금은 중앙정부가 자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등락을 막기 위한 기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며, 환율이 내리면 보유한 원화로 달러를 사들인다.

올해 정부는 4조~6조 원을 외평기금에 덜 주는 방식으로 공자기금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공자기금은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일종의 정부 재정 창구로, 지난해 이월된 4조 원 안팎도 가용 재원으로 쓰인다.

정부는 56조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에도 외평기금 19조 9000억 원을 끌어 쓴 바 있다. 공자기금에서 빌렸던 외평기금(14조 4000억 원)을 조기 상환하고, 외평기금에 예치해야 할 기금(5조 5000억 원)은 주지 않는 식이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안과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당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국채 발행도 이번 대응책의 여러 카드 중 하나로 고려했으나, 최종 확정 단계에선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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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기금 활용이 결국 재정 돌려막기에 그치는 데다 기금 고유의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기금은 기금법에 따라 목적 사업이 정해져 있는데 여유 자원이 있다고 해서 정부 적자 보전에 쓰인다면, 기금의 존재 근거가 퇴색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정부는 외평기금 활용이 외환시장 대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는 다른 기금인 주택도시기금 재원도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외평기금 재원 활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외평기금 활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최종적으로는 입장을 선회하게 된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이 한 번의 비상 상황이라고 한다면 서로 양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서도 "2년 연속 기금을 끌어다 쓰는 건 언제든 세수가 부족하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기금이 존재해야 하는 근거 자체가 허물어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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