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실기론 작심 비판…"환자 만들고 약주면 명의인가"
"7월에 금리 내렸으면 환율 더 올랐을 것…잘했다는 생각"
"4분기 성장 못해도 잠재성장률 이상…통화정책 영향 미미"
- 전민 기자
(워싱턴=뉴스1) 전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결정 실기 비판'에 대해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놓고 약을 쓴 다음에 명의라고 하는 견해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출장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실기론'을 언급하며 이처럼 비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미리 금리인상을 많이 해야 했다'는 금리인상 실기론을 두고 "이것은 환자가 왔는데 굉장히 아프게 만든 다음 약을 주고, 조금 나으면 '내가 낫게 했으니, 명의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며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라 금리를 올리면 가계도 힘들고, 부동산 PF도 터지면 위험하니 어떻게 해서든 큰 충격 없이 물가를 잡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보다 조금 올리면서 물가 상승률을 2%로 빨리 잡았으니, 효과적으로 잘 잡은 것"이라며 "그 당시 금리를 많이 올렸으면 자영업자는 더 힘들고, 부동산 PF도 망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난 7월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는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총재는 이런 실기론을 두고 "조금 더 심각하고 의미가 있는 비난"이라며 "반드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통화정책에 있어 결국은 경기만 볼 거냐, 금융안정도 같이 볼거냐, 아니면 환율도 볼 거냐는 것에 따라 다르다"며 "한은의 정책을 한분기로 평가하지 말고, 1년쯤 지난 후 경기를 크게 후퇴 안 시키고 금융안정도 되면 칭찬해 주고, 경기가 나빠졌으면 한은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7월에 금리를 내렸으면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 원까지 늘어나고, 서울 부동산이 상승하면 그건 어떻게 했겠느냐"며 "지금 환율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내렸으면 지금 달러·원 환율이 1380원보다 더 올라서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년쯤 지난 다음에 결과를 보고 혼내고 해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변했다고 '잘했다, 못했다' 하면 하려고 했던 구조조정을 하나도 못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예상보다 낮았던 3분기 경제성장률과 수출 성장 둔화에 대해서는 "수출이 현재 나쁜 것이 아니고 빠르게 성장하던 수출 성장률이 둔화되며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라며 "내수가 좋았기 때문에 수입 증가율이 커 순수출 기여도가 낮아진 것이므로 '내수 부진에 이어 수출이 박살 났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기준금리 영향에 대해서는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성이지만, 통화정책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며, 이미 올해 3분기까지 자료가 다 있기 때문에 2024년의 숫자 자체는 통화정책을 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은 없다"며 "4분기 성장을 잘 못하더라도 2%를 넘는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얼마인지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대해서는 "IMF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을 통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다만 성장세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지만 하방 리스크가 있고 팬데믹 이후 미국을 제외하고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 평가"라고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높은 수준의 부채 △지정학적 리스크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기후위기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변화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정책의 변화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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