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두려워"…아동학대 전담인력 3배 늘어도 학대 판단은 줄감소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2020년 292명→올 상반기 875명…1인당 조사건 절반 이상 줄어
학대 판단 비율은 2년간 16%p 줄어…현장에선 "민원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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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지난 4년간 전국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숫자가 3배 가까이 늘면서 1인당 조사 건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의심사례 중 실제 학대로 판단되는 건수와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 조사와 판단이 까다로운 '정서학대'가 급증하는 것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875명으로 4년 전인 2020년 말(292명)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인이 조사하는 아동학대 의심사례 건수도 많이 감소했다.

전국 평균 1인당 조사 건수는 2020년 127건에서 지난해 52건으로 줄었다.

지역별로 대전은 517건에서 61건으로 88% 감소했으며, 인천은 349건에서 51건으로 85%, 경기는 320건에서 70건으로 78% 줄었다. 가장 감소 폭이 작은 서울도 같은 기간 59건에서 44건으로 25% 줄었다.

이같은 통계를 볼 때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아동학대 의심사례 중 실제 학대로 판단되는 건수와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학대 판단 건수는 2021년만 해도 3만 7605건으로, 전체 의심사례의 72.2%에 달했는데, 2022년엔 2만 7971건의 62.8%, 지난해엔 2만 5739건으로 56.2%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최근 '정서학대' 사례가 급증한 것이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서학대는 신체학대 등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다른 학대 유형보다 조사하기 까다로우면서도,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부모 등의 민원 제기·고소에 노출돼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기 쉽다.

지난 2019년 정서학대 판단 건수는 7622건에서 지난해 1만 1094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체 학대는 4179건에서 4698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며, 성 학대는 883건에서 585건, 방임은 2885건에서 1979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서울에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김모 씨는 "아이가 어릴수록 학대 피해 관련 진술을 받아내기 어렵다"며 "부모들이 조사에 대해 민원을 넣으면 전담공무원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어 속수무책이 된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힘을 실어줄 장치가 필요하다"며 "전문가가 참여해 판단에 힘을 싣는 사례결정위원회, 통합사례회의를 활성화하면 민원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