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선장이 X맨?…'대왕고래' 의혹 자초한 석유공사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7일 울산 중구 석유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을 보고하고 있다.2024.10.17/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이 정부·여당의 'X맨'(아군에 오히려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천연자원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전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소식은 전 국민을 들뜨게 했다. 특히 최대 추정치 기준 매장 가치가 세계 굴지 대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와 맞먹는다는 발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설렐 만한 소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정브리핑에서 이 같은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하며 본격적인 자원개발 탐사를 위한 시추계획 승인 사실까지 밝혔다.

마땅히 놀랍고, 가슴이 뜨거워질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른바 '광개토'라 명명한 이 프로젝트를 총관장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이런 국민들의 관심과 궁금증에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영업 기밀', '투자유치 어려움' 등의 편리한 이유를 갖다 붙여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나마 제출한 자료들에 대한 불성실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해외투자기업 유치를 위해 실시한)로드쇼 계획안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계획을 수립해 로드쇼를 진행했다'는 답이 전부"라며 "또 예산안을 달라고 했더니 '예산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게 답이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자료 제출을 못 한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투자 유치 진행에 어려움이 있고, 다른 하나는 비밀유지 협약 때문이라고 한다"며 "(해당 정보가 알려져) 다른 나라 기업들이 알게 되면 우리 천연자원이 사라지느냐"고 자료 제출 거부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물론 자원탐사개발 영역의 특성상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있어 극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핵심 자료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국정감사에서 이미 공개된 적이 있는 자료 제출까지도 무차별적으로 거부하면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촌극까지 빚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질타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이철규 산자위 위원장은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에게 "(프로젝트에)신뢰가 갈 수 있게 답변을 책임 있게 해주십사 하는 의원들의 요구를 대충 넘어가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도 ”지금 국회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이 아닌가"라면서 "(연말 진행할 대왕고래)첫 시추 예산 1000억 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모르지만 (민주당)동의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데 자료도 안 내고 어떻게 설득하겠냐"고 질책했다.

석유공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기대를 안긴 '산유국'의 꿈을 정쟁으로 몰고 간 책임은 오롯이 석유공사에 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될 국가사업에 최소한의 정보제공조차 외면하면서 의혹을 자초했다.

잇단 '부실 자료 제출' 논란에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과정보다는 결과로 말하겠다"고 자신했다.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반길 일이다. 다만 해외투자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최소 1000억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들어갈 사업과 한 공기업 사장의 진퇴가 등가교환 할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지녔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