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실기론 난무하자…"더 내렸으면 다들 집 살 분위기"(종합)

[국감초점]국회 기재위 한은 국정감사…이창용 "기준금리 인하 적절"
"금리 인하, 만병통치약 아냐…빅컷 땐 부동산 기대 자극"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김유승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한은이 적절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이른바 '실기론'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 전반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한은이 지난 11일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보다 크게 내려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아닌 0.5%p 낮췄을 경우,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 살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수 부진은 (금리 밖에) 여러 구조적 요인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분명 (내수 진작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면서도 "한 차례 인하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이제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섰기에 앞으로 몇 차례, 어떤 속도로 인하하느냐에 따라 내수 진작 효과는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같이 '빅 컷(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하)'을 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면서는 "부동산 수요층이 부동산을 살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수도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한 번 상승하면 다시 내리기 힘들어 기대 심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실기론 빗발…"연봉 35억 금통위원, 챗GPT로 대체"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주장하는 인하 실기론과 관련해 "시각이 조금 다르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하고, 자영업자 가계부채가 많이 쌓인 것이 저금리 때문인 만큼 구조 문제도 생각해야 했다"며 "인하로 성장률만 올리는 게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은 건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한은이 내수 부진 대응을 위해 "금융안정과 함께 지금껏 가계부채가 증가한 구조적 원인도 해소하면서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KDI와 시각이 다르다"고 구분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이 업무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통위원 보수액이 연간 35억 원인 데 반해 챗GPT 사용료는 월 3만5000원에 불과하다면서 "챗GPT는 11월 금리 결정을 묻자 25초 만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 리스크, 금융안정 유지 등을 고려해 금리 동결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챗GPT를 금통위원으로 할 수도 없고"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저도 10월에 금리 결정과 관련해 챗GPT를 시험했는데 금리 동결이 최선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금통위가 이번(10월)에 금리를 낮춘 것을 보면 역시 챗GPT는 믿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진 않지만 금통위원과 한 달 몇 번씩 회의에서 의견을 나눈다"면서 금통위원들이 짊어진 업무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 /뉴스1

◇한은의 방어 "기준금리 적절히 조절…1년 뒤 판단하라"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적절한 속도로 조절하고 있다"면서 한은 정책의 적절성을 방어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 변화를 보고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된 7~8월에 이뤄지지 못한 배경에 대해서는 "사실 7월부터도 인하를 고민했다"며 "당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빨리 올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잠깐 쉬었다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악화를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거나 PF 구조조정을 미뤘다는 세간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금리를 더 올려 부동산 PF를 어렵게 했다면 지금 자영업자 어려움 등을 봤을 때 (여파가 컸을 것)"이라며 "(통화정책 효과가 본격화할) 1년 뒤에 적절성을 다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11월 추가 인하 여지에 대해서는 "물가가 굉장히 안정된 상황이니 금리가 긴축적인 면이 있어 완화할 상황으로 왔다는 데 동의한다"며 "다만 속도는 금융안정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게 금통위 생각이고 (추가 인하에 따른) 리스크는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뉴스1

◇구조개혁 병행 강조 "SKY대 지역할당, 인식만 바꾸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을 지역 인구에 비례하게 할당하자는 한은 측 제안에 대학들은 앞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 상위권 대학에 유독 서울 지역 학생이 많이 입학하는 현상을 두고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전 세계 어느 대학도 한 지역에 있는 학생만 그렇게 많이 뽑지 않는다"면서 "우리 대학이 한 지역 말고, 여러 지역에 있는 사람을 꼭 뽑는다는 생각만 가지면 제도를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상위권대 입학 지역 할당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서울대 답장을 보면 학생 선호에 따라 모든 모집 단위에서 (정원을) 할당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얘기는 학과별로 뽑으면 지역 별로는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대도 지금 서울대 입학생 비율이 서울 32%인 반면 전체 고등학생 중에는 16%에 불과하다"고 주목했다.

그는 "모집 단위도 트는 것이 좋다"며 "고등학교 3학년이 어떻게 자기 전공을 선택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학과별 모집)도 터야 한다"고 제안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