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14일 국감…'전기요금·체코 원전' 최대 쟁점
천문학적 부채 한계 다다른 한전, 전기요금 현실화 집중 논의
체코원전 공방 예상…계약당사자 한수원 '정보공개 범위' 관심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오는 14일 우리나라 대표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천문학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전 국감은 그간의 재무위기 해소를 위한 자구노력을 점검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최근 불거진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체코정부에 대한 '금융지원 약속' 등 의혹에 대한 야당의 집중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산자위는 14일 한전 나주본사에서 한전과 한수원 등 에너지 공기업 및 산하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국감을 진행한다.
한전의 최대 쟁점은 '전기요금 현실화'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 원, 부채비율은 543%까지 치솟았다. 한전이 당면한 재무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전기 생산원가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 때문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만의 전기요금 결정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현행 전기요금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해 정부에 제출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의 판단 여하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구조인데, 거시경제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기재부는 전기요금을 물가와 연동시킴으로써 한전 재정난의 원인인 소위 '역마진'을 키웠다. 생산원가조차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으로, 팔면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아직도 이런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전 재정 여건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전기요금은 직전 6개 분기 동안 '동결' 상태다.
이번 한전 국감에서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철저한 원가주의'를 내세우며 전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발생하는 전 과정의 소요비용을 반영하는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로의 전환을 확립해 나간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시스템에 따른 '요금 현실화' 없이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 주도로 결정되다 보니 정권의 고려에 따라 불가피한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도 요금 인상은 짓눌려왔다. 이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막자는 게 정부의 '원가주의' 확립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기요금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전기요금 결정의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부상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수주만을 목적으로 경쟁업체였던 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공사금액을 제시했다거나, 최종 수주 시 체코정부에 '금융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7일 국감에서도 소위 '체코 원전 의혹'은 핵심 쟁점이었다.
야당은 '24조 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 과정에서 체코 측에 금융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에 대해 산업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에 안덕근 산업장관은 "LOI는 해외 사업을 할 때 관행적으로 보내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내용의 사업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원전 관련 사업에 7개의 의향서를 보낸 적이 있고, 우리 정부에서도 8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영어 원문으로 된 LOI 협약서까지 꺼내 든 안 장관은 '이 서신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대한 자금 제공의 확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하라'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금융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써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열렸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체코 원전은 핵심 쟁점이었다. 피감기관장으로 국감에 출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적극 해명해야 했다.
'체코 업체 60% 참여'를 보장하는 등 실제 우리 기업이 얻는 이익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저가 수주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나중에 계약 이후에 국제입찰을 통해서 다 결정돼야 하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황 사장은 또 이번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치적 부풀리기가 있었냐'는 질의에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덤핑 계약' 의혹에 대해서도 "덤핑이라는 단어도 절대 적절하지 않다. 가격경쟁력이란 말을 쓸 수 있고, 심지어 (경쟁국인)프랑스에서도 가격경쟁력 보도가 있었다"며 "자기들에 비해 결코 낮지 않고 여러 요소에서 한국이 우수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체코 발주처와의 협의내용을 보안에 붙여야 하는 한수원으로서는 제한된 정보공개만으로 어떻게 야당 의원들을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산업부를 대상으로 한 첫 국감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것은 부실한 '자료 제출'이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장관은 "국가안보, 개별기업의 보안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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