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금통위원 "집값 100% 잡힐 때까지 기다릴 여유 없다"

금통위 대표 비둘기파지만 최근 집값·부채 우려 공표
"내수 넉넉지 않아…9월~10월초 데이터 보고 결정"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4.9.25/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은 연내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집값이 100% 안정된 다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수 상황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둔화 정도와 금리 인하 필요성 등을 보고 (인하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 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향후 통화정책 주요 현안과 관련해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내수 침체 등 경기 온도를 봤을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지만, 서울 중심의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아 금융 안정 측면에서 인하를 보류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빅 컷'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 형태로 먼저 이뤄지면서 한은도 서둘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등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신 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상황과 관련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모멘텀이 상당히 약화한 것 아니냐 생각하지만, 이것은 아주 초기"라면서 "이것만으로 판단하기가 참 쉽지 않다. 조금 더 데이터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집값이 100% 안정된 다음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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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값 둔화세가 '추세적'일지, '일시적'일지다. 만약 추석 연휴 기간 은행 등이 문을 닫으면서 생긴 공백으로 인해 가계대출, 집값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 10월 금리 인하 이후 연말에 집값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신 위원은 "추석 연휴 등으로 관련 데이터에 상당한 노이즈가 껴 있을 것"이라면서 "9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금통위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9월 내지는 10월 초까지 데이터를 보고 여러 특수성을 감안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 위원은 금통위 또한 '금리 인하가 섣부르게 단행돼 11월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면 안 된다'는 취지의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위원은 "주택 가격이 한껏 부풀려졌다 꺼지게 되면 그 충격이 상당히 클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지금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가 (10월까지) 볼 수 있는 데이터와 경제 상황,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훨씬 더 시장 근처에 있는 여러 얘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 위원은 최근 내수 상황만 볼 경우 금리 인하 필요성이 충분하고, 지금은 금리를 올릴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기도 했다.

신 위원은 "저희(금통위)라고 금리를 내리고 싶지 않겠느냐"면서 "금리 정책이라는 게 주택만 보고 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은 주택이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등장했기에 일단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인데 브레이크를 떼고 엑셀 쪽으로 발을 옮겨도 되냐 아니냐는 주택 매수세와 여러 정책 효과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값 상승) 모멘텀이 강한 상황에서 금리를 떨어뜨릴 경우 이 모멘텀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돼 홀드(정지)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만일 금리를 올려서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그때는 금리 인상이 0.25%포인트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