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EU 보다 '유연근로' 비중 낮아…근로시간 선택폭 늘려야"

근로시간 개선 토론회…고용장관 "일률적 규제보다 유연 접근 필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유연한 근로형태로 일하는 국내 근로자 비중이 유럽연합(EU) 15개국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의 정책 방향성이 근로시간의 추가적인 단축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과 운영이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 개최한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성 부원장은 "건강권 보호의 전제 아래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유연성과 근로자의 시간 주권이 조화되는 제도 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근로시간과 휴가 조항 5인 미만 기업 점진적 확대, 연차휴가 금전보상 금지, 육아휴직 보편화 등 쉼 관련 제도 개선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 선택권이 강한 유연근로는 선진산업 국가들에서 성과급 임금체계와 동반되는 경향이 높은 등 생산성 고려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균형 잡힌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상민 경희대학교 교수도 획일적 규제보다는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폭을 유연하게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산업별 평균 근로시간과 연간 표준편차(변동성) 간에는 뚜렷한 관계가 없다. 유연한 근무가 필요한 업종이 반드시 장시간 근로하는 업종은 아니다"라면서 "사업체패널조사를 활용한 분석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는 생산성 향상 뿐 아니라 근로시간 변동성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는 "현행 근로시간제도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근로시간 제도는 가능‧불가능의 양자택일보다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구구조변화, 기술 변화, 새로운 근로 문화에 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근로시간제도가 어떤 점에 주목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하는 방식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다양하게 변하는 근로시간 양태에 대응하기 위해선 경직적인 노사관계와 근로 관행도 유연하게 변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근로자는 '내가 근로시간과 휴가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원하며 일할 때 몰입해 일하되 휴일과 휴게시간은 철저히 구분해서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경직적인 노사관계와 근로 관행도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노동생산성을 제고하고 여성·고령층 인력의 활용을 증대하기 위해선 사용자 주도의 유연화 뿐 아니라 근로자 주도의 유연화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노사 간 자발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청년과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노동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핵심으로 꼽았다.

김 장관은 "노사 간의 이견이 크고 저항도 상당하며 오해도 많이 있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뤄내야 할 과제가 바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의 자율을 확대하고,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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