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요금 일단 '동결'…연내 인상 가능성은 희박

한전,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전력량요금 등도 동결
최상목 부총리 "국민 부담 얼마나 늘지에 대한 판단 중요" 신중

서울 종로구 한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들.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일단 동결했다. 고물가에 지난여름 역대급 폭염에 따른 에너지비용 부담까지 가중되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재무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연내 전기요금 인상 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3일 한전에 따르면 올 4분기 적용할 연료비조정요금을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중 연료비조정요금은 직전 3개월 동안의 단기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매 분기에 앞서 결정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브렌트유 등의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 에너지가격이 치솟고,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한 2022년 이후부터 연료비조정단가는 줄곧 최대치인 '+5원'을 유지 중이다. 그사이 국제 에너지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때도 연료비조정단가 +5원은 동일하게 유지돼 왔다. 여타 요금 구성 항목의 인상이 어렵다보니 연료비조정단가에서 최대 폭(+5원) 인상을 해왔던 셈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요금 인상 효과는 연료비조정단가를 제외한 전력량 요금 등의 인상에 영향을 받는데, 이들 구성항목에 대한 요금인상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동결 상태다.

연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전 마지막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해 2분기에 이뤄진 바 있는데, 당시에는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확정한 이후 50여일 가까이 지나 요금 인상이 단행됐다.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까지 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 범위를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인상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의 키(Key)를 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들어 50%를 인상했다"며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고, 한국전력의 재무 구조, 에너지 가격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사실상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워지면서 한전의 재무 압박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132조 원 수준이던 한전의 총부채 규모는 2023년 202조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88%에서 543%로 급증했다. 한전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한전이 한 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4조~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김동철 한전 사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2027년까지는 (한전) 사채 발행 배수를 두 배로 줄여야 하는데, 당장 43조 원의 누적적자가 문제"라며 "당장은 견딜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대비하는 것이 옳다"고 요금 인상을 거듭 호소한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속적인 요금 현실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반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동결' 상태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