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에 한은 '10월 금리인하' 여지↑…"집값·부채 뛰면 11월"

물가·내수만 보면 인하 가능…관건은 9~10월 서울 집값·가계대출
빅컷이 인하 명분 더하지만…"가계대출 5조 넘게 늘면 10월 난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의 시작을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여지 또한 확대됐다.

물가 안정 추이와 내수 부진 양상 등 거시경제 여건만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환경은 조성됐다. 문제는 서울 중심으로 뛴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라앉아야만 부작용 걱정 없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은은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앞서 집값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균형 관련 지표에 유의해 피벗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p)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가 처음으로 확산했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의 큰 흐름을 움직이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에서 완화 쪽으로 돌아선 상황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연준의 빅 컷에 크게 반응하기보다는, 앞으로의 금리 인하 속도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금리 인하 초기에 속도감 있게 움직여 고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선제적 빅 컷을 단행했다"며 "그러나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점도표로도 대부분의 의견이 올해 추가 0.25~0.50%p 인하에 쏠렸기에 빅 컷이 금리 인하의 새로운 속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이 받는 금리 인하 압박은 보다 거세지게 됐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내수 경기 둔화를 이유로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제 미국마저 피벗에 나선 만큼 한국도 내수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도 내수 경기와 물가 안정 추이 등 국내 거시경제 상황만 봤을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기존 2%p에서 1.5%p로 축소돼, 내외 금리 차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를 한결 덜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거의 유일한 장애물은 집값과 가계대출이다.

이들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자칫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안 그래도 세계 최상위권인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금통위 내 팽배한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 의사록에도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드러난다.

그나마 이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올해 들어 급증했던 월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다시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금통위는 9월 말~10월 초 가계대출이나 서울 아파트 가격 관련 지표가 꺾이면 인하를 진지하게 고려할 전망이지만, 뚜렷이 꺾이지 않을 경우 10월에도 미국과 같은 피벗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11월로 밀리게 된다. 11월은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한 마지막 달이다.

시장의 기대는 10월 인하와 11월 인하가 뒤섞인 상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9월 인하로 인해 10월부터 금리 인하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은 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인하 속도를 빠르게 가정하지 않는데, 굳이 11월로 금리 인하를 미룰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권 가계대출 월 5조~6조 원 증가 전제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한 점에 근거해 "월간 가계대출이 5조 원 이상 늘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달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됐으나 10월 인하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