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금개혁, 국민만 더 부담하면 안돼…국고투입 이뤄져야"
정부 주최 토론서…"기금 수익률 제고, 너무 높아" vs "높지 않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주최한 연금개혁 관련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보험료 부담이 국민과 기업에만 전가돼서는 안 되며, 국고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진단 연금개혁안을 논하다'를 주제로 토론을 열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이 사회를 맡았고, 재정안정론 측에서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소득보장론 측에서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패널로 나왔다.
양측은 모두 군·출산 크레딧 확대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놨다. 다만 양측 모두 크레딧과 같은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사전 국고 지원을 통한 미래세대 부담 완화'가 굉장히 지지율이 높았다"며 "정부안에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만 들어가 있는데, 가사근로자, 농어민,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가 되면 사전 국고 투입을 통한 미래세대 부담 완화가 조금 더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오 위원장도 "출산 크레딧의 70%는 가입자의 보험료로 대고 있다. 정부가 진짜로 출산으로 인한 가입 단절을 지원하는 연금 보장성 확대 의지가 있으면 정부의 책임도 늘려야 한다. 출산 크레딧 첫째아부터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원도 전적으로 국가가 다 분담한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보험료율을 올려서 결국 기업과 가입자의 부담만 늘어나는데, 정부도 자기 책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재정에 대한 자기 책임이 불명확하다"며 "이것이 꼭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금의 재정 부족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오 위원장은 "정부에서 보험료율 13%를 얘기했지만, 아마 다음에 또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안은 기금수익률 4.5%를 5.5%로 1%p 올렸는데, 좀 무리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기금수익률 0.5%p 상향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2000년대 이후에 기금 평균 수익률은 6.3%이므로 4.5%는 상당히 낮게 가정하는 것"이라며 "미래 전망치는 과거 실적치를 연장하는 것인데 너무 낮게 연장하고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국회 논의 방향에 대해서 오 위원장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는 정부가 결단만 내리면 여야가 근접할 것 같다. 다만 이번에 정부개혁안을 보면서 국회에서 잘될까 걱정이 든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건 차등 보험료율, 자동조정장치이며, 정부 크레딧 같은 재정 책임은 정부가 화끈하게 맡아주면 논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위원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이번 연금개혁 논의에서 일단 정부가 제안했다 정도로 확인하고 이번 개혁 논의에서는 안건을 뺐으면 좋겠다"며 "차등 보험료율은 여론 동향을 봐서 결정하고, 모수개혁을 가능하면 올해 정기국회 안에, 정 늦으면 내년 초까지 매듭을 짓고 나머지 구조개혁은 후속테이블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와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이 아닌 '더 내고 많이 덜 받는' 모수개혁"이라며 "현 정부가 주도해서 마련한 공론장에서 채택되지 않은 안을 정부가 핵심적인 안이라고 들고나온 것은 협상 상대방을 대단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판을 깬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논의가 되기가 어렵다"며 "개혁 논의가 불투명해졌는데, 불투명해지게 만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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