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성에 안차"…2030 '그냥 쉬어요' 역대 최대

2030 '쉬었음' 74.7만명…코로나 팬데믹도 넘었다
정부 "취업의사 없거나 이직 과정서 쉬는 등 특성 다양"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정보를 얻고 있다. 2024.9.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청년 고용률이 4개월 연속 하락하고 '그냥 쉬었음'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고용지표의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8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3% 감소한 46.7%를 기록했다. 청년층 취업자는 378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만 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쉬었음' 통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쉬었음'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질병·장애 등은 없지만 "그냥 쉬었다"고 답한 경우를 말한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4만 5000명 늘어난 256만 7000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령층인 60세 이상에서도 14만 5000명(15%) 늘었으며, 20대에서도 5만 4000명(14%) 늘어나는 등 전 연령에 걸쳐 증가했다.

20대와 30대 '쉬었음' 인구를 합치면 74만 7000명으로 2021년 1월(74만 1000명)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그냥 쉰' 청년이 많은 것이다.

이처럼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대기업 등의 경력직 선호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꼽힌다. 실제 청년층 상용 근로자는 지난해 1월부터 매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는 20대 후반 고용률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아직 고용지표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고용률 하락에 대해 "인구감소의 영향이 크고, 청년층에서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으며, 재학 비중이 증가하는 게 취업자를 떨어뜨리는 상황"이라며 " 고용시장도 수요 측면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부분, 공급받는 청년 입장에서도 눈높이 맞는 직장을 계속 찾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다만 고용률 자체는 수준이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며, 20대 후반 고용률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쉬었음' 증가에 대해서는 "청년층과 30대의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쉬었음은 증가하는 이례적 상황"이라며 "청년층과 30대 비경제활동인구의 사유로 취업 준비가 감소하는 대신 쉬었음이 증가하며 사유가 전환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 '쉬었음' 응답자의 경우 특성을 보면 취업할 의사가 없다는 분이 75% 정도"라며 "처음부터 취업할 의사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일 경험 후 더 나은 일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쉬는 경우도 있는 등 특성이 다 다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단순한 일 경험을 넘어 청년구직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아주 좋은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일자리'(decent job)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며 "그러다 보니 탐색 기간이 길어지고, 구직기간이 길어지고, 아예 쉬었음으로 빠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기적인 일자리 훈련을 늘려봐야 결국에는 '뺑뺑이'를 도는 것밖에 안 된다"며 "단순한 일 경험 측면을 넘어 청년들이 미래를 고민하고, 적성을 찾는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삶의 궤도를 인정하는 방향에서 청년 지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