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단기 진정 어렵다" 전망에…금통위 "대책 통해야 금리인하"

8월 금통위 의사록…금통위원 6명 일제히 '가계부채-집값' 우려
1명은 "금리경로 상향" 거론…나머지 "정부대책 효과 확인해야"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13회 연속 동결한 배경으로 가계부채와 집값을 둘러싼 우려를 하나같이 꼽았다.

금통위원 6명은 모두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겠다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계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생각을 일제히 내비쳤다.

한은이 10일 공개한 지난달 22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결정 의견 개진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앞서 완화된 금융 여건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취약성과 맞물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 안정, 중장기 성장 그리고 구조개혁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A 위원은 "이는 정책금리의 경로를 물가와 성장을 고려할 때 보다 좀 더 높게 운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준금리를 현 3.5%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향후 금융경제 전개, 기준금리 조정이 내수와 물가 전망·금융 안정에 미칠 편익과 비용, 최근 발표된 정부의 주택·거시건전성 정책의 영향을 보아가며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발언은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이 단기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한은 전망과 무관치 않다.

앞선 금통위 토론 과정에서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한은 관련 부서는 "정부 정책과 금융 여건, 수급 등을 과거 상승기와 비교했을 때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단기간 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이후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A 위원은 신성환 위원으로 추정된다. 신 위원은 금통위 직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나머지 위원은 정책금리 경로를 높게 유지할 필요성을 거론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았으나,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대동소이했다.

B 위원은 "장기간 유지해 온 현 기준금리 수준은 점차 물가 안정 목표치 수렴을 확인해 주는 반면 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에는 제약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통화 긴축 완화 기대와 그 여건이 점차 성숙해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을 제어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병행은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C 위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향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말에는 2% 초반에 이를 것"이라면서 "안정적 물가 상승률, 더딘 내수 회복, 일부 취약 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함께할 때 금리 인하로 발생할 부작용을 완화할 것"이라며 "향후 시행되는 정책들의 효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 위원은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목표에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 불균형 누증에 대한 우려는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라며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 기대를 적절히 관리해야 하겠다"고 조언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여러 위원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 위원은 "향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금리 동조화를 통해 국내 금융 시장 환경이 완화적으로 조성되면서 주택 가격을 추가 자극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규모가 재차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리 인하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며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주택 가격은 금융 안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하락시킬 수 있기에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 위원은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향후 거시건전성 정책 등 부동산 관련 대책들의 효과를 보면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한 위원도 "늘어난 주택 거래량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개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위원은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여건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주택 시장과 가계부채 확장세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