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비비' 4조8000억 편성…올해보다 6000억 늘어
총지출 677조 대비 0.7% 수준…국회 심의서 삭감 가능성도
'깜깜이 지출 줄여야' '재정역할 늘어 불가피' 견해 공존
- 손승환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종의 '국가 비상금'인 예비비를 올해 본예산보다 6000억 원 높은 수준으로 편성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깜깜이'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과, 국가 재정 규모가 커지고 예기치 못한 사태도 과거보다 늘어난 만큼 불가피한 조치란 목소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비비는 올해 본예산(4조 2000억 원) 대비 6000억 원(14.3%) 많은 4조 8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내년도 총지출인 677조 4000억 원 대비로는 0.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예비비란 세출예산을 꾸리는 시점에서 예견하기 힘든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에 편성하는 예산이다. 일반회계 예산 총액의 1% 이내로 맞출 수 있는 일반예비비와 자연재해·전염병 등 미리 사용 목적을 지정해 놓은 목적예비비로 구분된다.
특히 사업 예산과 달리 구체적인 심의 없이 총액에 대해서만 국회의 승인을 받으면 돼 행정부의 '쌈짓돈'으로도 불린다.
또 사후 승인만 거치면 돼 집행이 용이하지만,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예비비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집행의 투명성이 떨어지며 자의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매우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규모 자체도 계속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주요국 예비비 운용 현황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예비비는 예산 사용 목적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산 편성 방침인 구체성의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기재부는 내년도 예비비 또한 규정에 맞게 일반회계의 1% 내로 편성했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선례도 함께 고려했단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부안은 5조 원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4조 2000억 원 수준으로 편성됐다"며 "행정부는 1년 전에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 입장 모두 일리는 있다"며 "최근에는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 버퍼(여유 재원)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