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개혁안' 공방…재정파 "긍정적" vs 소득파 "개악안"
재정안정론 "방향 긍정적"…자동조정장치·기금수익률 제고에는 우려
소득보장론 "국민 의견 외면한 개악안"…차등 인상·자동조정장치 집중 비판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두고 정치권·시민사회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당과 연금의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정부안을 환영하며 조속한 논의를 촉구하는 반면, 야당과 소득보장성에 중심을 둔 쪽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재정안정론에서도 기금 수익률 제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두고는 우려를 나타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9%→13%) △명목소득대체율 상향(40%→42%) △기금수익률 1%p 제고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 적용 △자동조정장치 도입 추진 △의무가입연령 상향 검토 △군·출산 크레딧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안 발표 이후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모수개혁안에 더해 구조개혁안의 방향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연금 수급 불안으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청년·미래세대를 위한 빅스텝"이라고 밝혔다.
재정안정론에 중점을 두는 단체나 학계에서도 정부의 개혁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금제도 관련 학계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입장문에서 "정부 연금개혁안의 세 가지 원칙인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 그리고 노후 소득 보장에 근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세대 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후속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민연금은 애초에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도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나마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모수개혁안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보험료율 인상 소득 차등화'는 이례적인 방식이지만, 국민연금의 현실을 감안한 제안이므로 이후 열어 놓고 검토하고, 보완책도 마련되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재정안정론에서도 자동조정장치나 기금수익률 인상 등 일부 방안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부가 국민연금 장기 지속가능성 비전을 제도 개혁을 통해 제시하지 않고 초과 기금수익, 자동조정장치로 대체한 점은 안이하다"며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 수익을 제고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가정보다 기금수익률을 연평균 1% 포인트를 추가한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자동안정장치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당분간 사회적 합의 방식을 통해 재정안정화를 논의해야 하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노후소득보장이 여전히 빈약하다"며 "기초연금액 40만 원은 노후소득보장 취지에서 불충분하며, 하위계층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45만~50만 원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했다.
연금연구회는 기금 수익률 1%p 제고 방안을 두고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대다수 OECD 회원국들은 수지균형을 맞추어 놓은 상태에서 외부 여건이 변할 경우, 당초의 예상과 달라진 부분을 수정해주는 '오차 수정' 정도를 추구한다"며 "우리는 수지균형, 즉 보험료 부담과 연금 급여 수준의 괴리가 턱없이 벌어진 상황임에도 자동안정장치로 오차 수정 정도만 하게 하고, 턱없이 기금 운용 수익률을 70년 동안 매년 1% 포인트 더 올리는 것으로 재정효과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저소득 노인층의 급여를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70%의 노인 전체의 급여를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과 소득보장론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소득대체율 수준, 자동조정장치, 세대별 차등 인상 방안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더 내고 덜 받으라'는 것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더 내고 더 받자'는 국민적 합의를 역행했다"며 "재정 안정을 위해 국민의 희생이 늘어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 수급액은 깎겠다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모두의 연금액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공론화위원회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견을 철저히 외면하고, 노후소득 보장이 아닌 국민연금의 재정만을 고려한 연금개악안"이라며 "국민의 노후불안과 사회적 갈등·분열을 조장하는 정부 연금개혁안의 철회를 촉구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상생의 연금개혁안'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소득대체율 50%"라고 강조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도 "국민연금을 허물고,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의 사적 착취 영역으로 국민을 내몰아 모두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연금개악"이라며 "제대로 된 국민연금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의 요구에 노후 파탄에 이를 자동안정장치, 분열을 조장하는 세대 간 차등보험료 인상, 사적연금 강화 등 삭감과 차별, 민영화로 답하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회·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도 논평에서 "청년을 앞장세워 부모세대와 청년세대, 미래세대의 존엄한 노후가 보장될 수 있다는 신뢰를 훼손한 연금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국민연금의 근간인 세대 간 연대의 원리를 훼손하고 계층 간 형평을 무너뜨리는 개혁안"이라며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검토는 필연적으로 연금 급여 삭감을 야기하므로 노후의 소득 단절 위험을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연금행동과 남인순·김남희 민주당 의원 공동주최의 기자간담회에서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은 지금도 낮은 국민연금액을 더 삭감해 심각한 빈곤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수십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청년 세대도 노후 빈곤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대별 차등 인상에 대해서도 "차등 보험료는 특정 출생 연도 집단에 '고용 페널티'를 발생시켜 오히려 노후 생활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50대 취업자 중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무급가족사종사자가 51.3%를 차지한다. 이는 50대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비중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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