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허리띠 졸라맨 정부…'재정적자 GDP 3% 이내' 묶는다
[2025 예산] 尹 정부 3년간 지출 증가율 12.1%…역대 최소
3년연속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재정 정상화하되 할 일은 할 것"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2028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줄여나가며 '재정준칙'을 지키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으나,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무산됐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이처럼 재정정책의 방점을 재정건전성에 두고 있는 정부는 올해도 재정준칙 법제화를 재차 시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2024년도 예산상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6%로 설정해 재정준칙상 기준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년도 예산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9%로 기준 이내로 들어오게 된다. 나아가 중기 계획상으로도 2026년 -2.7%, 2027년 -2.5%, 2028년 -2.4%로 점차 적자 폭을 줄여가며 재정준칙을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묶었다. 이는 역대 최소 증가율을 기록했던 올해 예산(2.8%)보다는 소폭 높아졌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2005년 총지출 개념 도입 이래 임기 첫 3년간 지출증가율이 가장 낮은 정부가 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상 재정지출은 677조 4000억 원으로 임기 첫해인 2022년(604조 4000억 원) 대비 12.1% 증가한 수준이다. 확장 재정을 펼친 문재인 정부 첫 3년간 증가율(28.2%)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며, 박근혜 정부(13.0%)나 이명박 정부(20.2%)보다도 낮다.
특히 재량지출을 묶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3.6%에 맞췄다. 의무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5.7% 증가할 전망인 반면, 재량지출 증가율은 1.1%에 불과하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이나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반면 재량지출은 법령상 지출의무가 없어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로 나랏빚의 증가를 꼽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23조 2000억 원으로 GDP 대비 37.6%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195조 8000억 원으로 GDP 대비 47.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8년에는 1512조 원으로 GDP 대비 50%를 넘어선 50.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재정건전성은 이제는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에 책임감을 가지고 재정을 효율적·전략적으로 운용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세입 여건도 악화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 법인 실적 악화로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중기계획에서 밝힌 재정운용 방향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건전재정기조를 견지하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용재원 확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서 24조 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 규모는 3년 연속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최 부총리는 "팬데믹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 모든 나라들이 재정 지속가능성이 크게 약화됐다. 그래서 지금은 재정을 정상화하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며, 약자 복지, 민생, 경제활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특히 가장 큰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교조적으로 '관리재정수지 3% 미만'이라는 목표에 집착해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부진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의 총량 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재정이 해야될 역할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약자 복지나 소상공인 지원, 청년 지원 등에 대해서는 재정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해야 될 일은 계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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