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플랫폼 자사우대, 양면 효과있어…사후규제가 바람직"

"자사우대, 소비자 오인 유발할 수 있지만 경쟁·혁신 촉진도"
"적절한 규율 필요하지만 사전지정 부작용 우려…사후규율 효율 높여야"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4.8.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제재로 '자사 우대'가 논란이 된 가운데 플랫폼 지배적 사업자의 '사전지정제'를 통한 규율보다 현행의 사후규제가 바람직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현행 사후 규율 집행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당국의 시장 획정과 사업자 판단에 지나친 엄밀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는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를 함께 가질 수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공정위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도입을 추진 중이며, 사전지정제 포함 여부를 두고도 검토하고 있다. 사전지정제는 온라인 쇼핑, 검색 등 다양한 분야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놓는 제도다. 이를 통해 반칙 행위 처리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관련 문제 중에서도 자사 우대 행위에 대한 판단은 주요 논점 중 하나다. 최근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부당 우대로 공정위로부터 162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알고리즘 부당조정,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등으로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KDI는 자사 우대 행위에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자사 우대를 통해 경쟁 이용사업자의 거래 기회를 감소시키고, 혁신 유인 약화나 품질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치 우대 행위의 경우 정보를 왜곡해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고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상품가격 인하, 품질 유지·개선, 소비자 탐색비용 감소, 상품 다양성 증가, 경쟁·혁신 촉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함께 공존한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 우대 행위 자체가 반드시 경쟁제한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효과도 일의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사안마다 자사 우대가 발생한 인접 시장의 구체적인 경쟁 상황 및 상품·서비스 특성, 그리고 플랫폼 서비스 및 시장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경제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정 KDI 연구위원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

특히 자사 우대에 있어 사전지정제를 통한 규제보다는 현행 사후 규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는 적절히 규율돼야 하지만, 플랫폼의 자사 상품 판매나 자사 우대 행위는 효율성 증진 효과 또한 가지므로 일률적으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나친 규제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도 있어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부당한 경우에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따라서 현행 사후 규율 방식을 유지하되, 집행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특히 시장 획정과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보다는 자사 우대 행위의 경쟁제한 여부 등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쟁당국의 집행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데이터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플랫폼에 관련 정보를 보관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발적인 시정방안을 제시하는 '동의의결제'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전 지정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효율성 효과가 제한적이고 집행이 어려운 일부 행위 유형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사 우대를 금지행위로 명시할 경우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의 경쟁제한 행위로 꼽히는 멀티호밍(multi-homing), 최혜대우(MFN) 요구, 끼워팔기 규율에서도 사전지정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 우대 외에 다른 행위들이 조금 더 경쟁제한적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기존의 경쟁법으로 이미 규율하고 있던 것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전지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