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탄 전기차 80% '주차·충전중' 화재...안전 충전기 보급 총력
꺼지지 않는 '전기차 포비아'…불안감 확산에 대책 마련 입법 '봇물'
정부, 9월 발표 대책에 '화재 예방형 충전기' 확산 방안 중점 논의 중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 가운데 주차·충전 중 등 멀쩡히 서 있다 발생한 사고가 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중이 아닌 상황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기차의 고용량 배터리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과충전 문제를 비롯한 전기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여당과 정부는 전날(20일)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과충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재 예방형 충전기 보급을 9만대까지 늘리고,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예산 확대, 무인 파괴 방수차 등 화재 진압 장비 추가 도입 등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21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4건으로, 이 중 14건(58.3%)이 주차 중에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충전 중 화재도 5건(20.8%)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만 총 19건(79.1%)이 멈춘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전기차의 취약성을 비롯해 고용량 배터리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98.3%는 배터리 충전 상태 정보를 연동 받을 수 없는 완속충전기로 나타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화재 예방형 충전기 확산 방안을 내달 발표할 종합대책에 구체적인 보급 계획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급속·초급속 등으로 분류된다. 완속 3~11KW, 급속 50~200KW, 초급속 300~350KW급이다. 급속·초급속 충전기는 주로 고속도로나 공공기관 등에 설치되고, 완속충전기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많다. 환경부는 올해 6월 기준으로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4만 5435개 중 완속충전기가 98.3%(24만 1349개)라고 밝혔다.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비교해 과충전 방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급속충전기에는 과충전 예방을 위해 전력선통신(PLC)모뎀이 장착돼 차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전 '제한'이 가능하다. 하지만 완속충전기에는 PLC 모뎀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올해부터 PLC 모뎀을 단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40만 원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체 전기차 화재사고 중에서도 충전 중에 발생한 사고가 18.7%로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충전 중 일어난 전기차 전체 화재사고는 △2018년 0건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4건 △2022년 9건 △2023년 1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충전 중 전기차 화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1회 완충 비율을 85%로 제한하면, 위험성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최근 '리튬이차전지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진압(소화)기술 세미나'에서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율 85% 이상부터 '과충전'으로 규정하고 "우리나라 전기차는 최대 97%까지 충전한다. 외국의 경우는 13% 정도 여유를 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충전율은 운전자가 설정해 바꿀 수 있는데 85% 수준으로만 배터리를 충전하면 화재 발생 위험성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을 위한 관련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차 화재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소관 상임위에서 속도감 있게 논의돼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터리 제조 및 보관 시설에 전용 소화기 및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려운 리튬 배터리에 대한 맞춤 대책의 일환이다.
같은 당 박용갑 의원은 시설의 소유자가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옥내에 설치된 충전시설에 대한 정기점검을 진행하도록 하고, 실태조사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서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 등 배터리 관련 정보를 차량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설치 시 소방용수시설, 소화수조(물탱크) 등의 소방시설을 설치해 초기 대응을 신속히 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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