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차등' 연금개혁안…"옳은 방향" vs "갈라치기" 의견 분분

고갈 시점 30년 연장…보험료율 13~15% 수준 전망
"중장기 비전 발표 바람직" vs "노후소득 안정화 완전 포기"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대통령실이 준비하고 있는 연금개혁 정부안과 관련해 재정안정론을 주장하는 측과 반대편인 소득보장론자 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재정안정론 측에서는 정부 개혁안의 방향성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판했다.

◇ 정부안 '고갈 30년 연장·보험료율 세대 차등 인상·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준비하고 있는 연금개혁 정부안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재정안정에 중점을 둬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30년가량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연금수령 시점이 한참 남은 젊은 세대는 보험료를 덜 내고, 곧 연금을 받는 중장년 세대는 더 내는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적용안도 담길 전망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사례가 많지 않은 방식이다. 예를들어 보험료율을 5% 인상할 경우, 중장년층은 5년에 걸쳐 1%p씩, 청년층은 10년에 걸쳐 0.5%p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동안정화 장치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경제 상황이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연금 지급액을 낮춰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스웨덴이나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당수 회원국에서 이를 도입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서구권 국가처럼 제대로 된 자동안정화 장치가 도입되면 고갈 시점 자체가 없어지는데, 30년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하이브리드형 자동안정화 장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금 수급액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 인상 폭은 최소화하고, 대신 기초연금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출산 여성과 군 복무자를 대상으로 연금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다. 지난해 정부의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55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의 시나리오를 보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85년 내외로 30년 늦춰지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5%로 올려야 한다. 또한 시나리오에서 가정한 기금 투자 수익률은 4.5%에서 5.5%로 1%p 높아져야 한다.

만일 12% 수준으로 올릴 경우, 기금 투자 수익률을 1%p 높이는 것과 함께, 현행 63세(2033년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늘려야 2080년으로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추가 재정안정화 방안 없이는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려야 기금소진 시점이 2082년으로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발표될 정부안에서 보험료율은 13~1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1대 국회가 실시한 공론화 조사에서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선택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쟁점인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5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장'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5.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사회적 합의 험로 예고

정부 연금개혁안의 관건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부 개혁안을 두고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 양측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윤 위원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안을 내기로 한 것은 굉장히 잘한 것이며, 재정안정이라는 연금 개혁의 방향성도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과거 연금개혁안은 10년 이내 단기 모수개혁만 얘기를 했는데, 30년이라는 중장기 재정안정화 비전을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정부안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사실상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올리는 모수개혁을 하는 것인데, 기금소진 연도를 30년 뒤로 미룬다는 이유로 구조개혁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공적연금 개혁의 주요 목표인 노후소득안정화는 완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윤 위원은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자체는 환영할 만한 부분이지만, 제대로 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년퇴직 연장과 연공서열 폐지 등 임금·노동체계 개편을 병행하면 소득대체율을 지키면서 자동안정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 교수는 "자동안정화 장치는 결국 미래에 보험료를 더 못 올리면 보장성을 깎겠다는 것"이라며 "보장성은 지금보다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서구 국가들의 경우 꾸준한 연금 개혁을 통해서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대체로 확보된 상황에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했다"며 "연금 개혁은 결국 사회적 토론으로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자동 조정되도록 제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한 재정안정화 조치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역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전망이다.

정 교수는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도 분명치 않은 데다, 세대 간 갈라치기 하는 매우 나쁜 안"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소위 '세대 간 형평'도 사라지기 때문에 당장의 반발 집단을 줄이려는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이 빠르게 낮아져 온 국민연금 특성상 형평성 문제가 존재하는데, 연령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방안"이라며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들의 동의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중장년층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청년과 미래세대를 생각해서 전향적인 방향으로 논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