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與野 한목소리…특별법 제정 '급물살'

국힘 '반도체 특별법' 당론 추진…민주당도 공감대
'직접 지원' 지양해 온 정부…여야 특별법 합의 관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방식이 세제지원에서 보조금 직접 지원으로 변화할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이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아직 보조금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여야를 중심으로 '직접 보조금 지원' 형태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거듭 제기됨에 따라 정부 쟁책기조도 달라질 지 주목된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 당론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직접 지원 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고, 우리는 여러 가지 지원이 있지만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지원 수준이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위를 설치하고 위원회가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제 일원화,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반도체 산업을 위한 전력 및 수력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대책과 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인공지능(AI)·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 투자·기술개발 및 설계·제조·공급 업체에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칼럼에서도 "직접 보조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의 미래 기틀을 닦고 있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세제지원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하며 직접 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야당도 이 같은 인식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사업자가 산업기반 시설을 직접 설치 또는 운영하는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쟁국에서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는데, 우리나라도 발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들러 보며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 보고 있다.ⓒ AFP=뉴스1

미국은 한화 약 71조 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투입해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저변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총 25개 주에 걸쳐 80개 이상의 새로운 반도체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 중인 일본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465억 엔(한화 약 4300억 원)을 지원해 일본 내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DRAM을 제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주요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요코하마에 칩 포장 시설을 개설하려는 삼성에 약 200억 엔(1억3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실험실 건설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 초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1공장이 일본에 문을 열었는데, 여기에도 일본 정부의 막대한 선물 보따리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TSMC에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4760억 엔(약 4조 2000억 원)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 TSMC가 오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현에 지을 예정인 제2공장에도 약 7300억엔(약 6조 5000억 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공장에만 10조 원이 넘는 일본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 이들 두 나라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우리나라도 지원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 시 세제혜택 등 간접 방식의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직접 보조금 등의 투자를 늘려 이들 나라와 대등하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직접 보조금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회견에서 "세액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니,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보조금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제조 시설이 없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들이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투자 보조금이 있는 것"이라며 "제조 시설에 있어 세제지원은 보조금과 같은 성격이고 어느 나라보다 인센티브율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입장과 달리 반도체 산업 직접 지원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반도체 특별법' 추진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보조금 직접지원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