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대현 회사 부당지원' 삼표그룹 과징금 116억·檢 고발

에스피네이처, 정대현 지분 71%…삼표산업, 비싼 값에 제품 사줘
에스피네이처 매출, 2016년 1538억→2019년 5529억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삼표 계열회사 간 부당지원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8.8/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삼표그룹 2세 정대현 사장 계열사의 제품을 약 4년간 비싼 가격에 사준 삼표산업과 관련해 정부가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삼표산업, 에스피네이처에 과징금 총 116억20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표산업이 67억4700만 원, 에스피네이처가 48억7300만 원이다.

삼표산업은 레미콘을 만드는 삼표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지분 30.33%를, 아들인 정 사장이 지분 5.22%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계열사 에스피네이처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레미콘 제조 원료인 분체를 구매했다.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이 최대주주로 71.95%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삼표그룹은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고자 했다. 삼표그룹은 2013년 에스피네이처를 설립한 이후 다수의 계열사를 에스피네이처에 흡수합병시켰고, 이를 통해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삼표산업은 2016~2019년 국내 분체 시장 거래 물량의 7~11%에 이르는 물량을 사실상 에스피네이처로부터만 전량 구입했다. 그러면서 에스피네이처가 비계열사에 판매하는 가격보다 오히려 높은 단가에 분체를 구입했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산업과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정상적인 공급단가로 거래했을 경우에 비해 74억9600만 원의 추가 이윤을 얻었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삼표 계열회사 간 부당지원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2024.8.8/뉴스1

부당지원 결과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은 2016년 1538억 원에서 2019년 5529억 원으로 급증했다.

삼표산업과의 거래물량은 에스피네이처의 전체 매출액에서 31.4~39.4%를 차지했다. 에스피네이처가 분체 거래를 통해 얻은 연도별 지원 금액은 해당 연도 전체 영업이익의 5.1~9.6%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특히 삼표산업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분체 수요 감소에 따라 공급과잉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에스피네이처와의 거래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부당지원으로) 동일인(정 회장)에서 동일인 2세(정 사장)로의 어떤(지분) 격차도 많이 줄었다"며 "결국은 정 사장이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 승계 부분에서 굉장히 유리한 지위에 이르게끔 한 계기 내지는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삼표산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도, 부당지원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본 정 사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 국장은 "조사하면서 개인 고발도 생각했었는데, 법인 외 개인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사실 해당 개인이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조사 과정에서 찾아봤지만, 특정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시행의 적극적 가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 고발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점수도 미달했다"고 말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