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열쇠' 공익위원 손에?…'심의촉진구간' 뭐길래
지난 4년간 공익위원 중재안에서 최저임금 결정…제도개편 목소리도
제10차 전원회의서 2차 수정안 제시 예정…간극 얼마나 좁힐지 촉각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의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도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표결 방식으로 시급이 결정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캐스팅보트인 공익위원 9명의 손에 최저임금의 '키'가 들려있다는 관측이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9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첫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의 최초제시안을 보면 경영계는 '동결(9860원)'을 주장했고 노동계는 27.8% 인상한 1만 260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의 '동결' 제시는 올해까지 4년 연속이다. 지난 2021년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매년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최초안으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1만원'을 훌쩍 넘는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제출해왔다.
이번 최초제시안의 노사 간 격차는 '2740원'이었다. 2023년에는 '2590원'의 격차가 난 바 있다. 노사 간 최초안 차이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지난해보다 더욱 벌어진 셈이다.
다만 최초제시안 이후 2시간여 만에 노사는 1차 수정안으로 노동계 1만 1200원(13.6%↑), 경영계 9870원(0.1%↑)을 내놓았다. 1차 수정안 제시 후 노사의 간극은 130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한 자릿수에 불과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볼 때 여전히 견해차는 크다.
앞으로 남은 심의과정에서 '1330원'의 격차를 좁혀나가야 하는데,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할 때 최임위의 심의 일정은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적어도 내주까지는 결정을 지어야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내달 초 고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 양쪽의 첨예한 입장차로 최임위 안팎에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일각에선 노사가 최저임금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올해도 표결을 통해 다수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로 노사의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단 7차례뿐이다.
노사가 막판까지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올해도 캐스팅보트인 공익위원의 개입으로 최저임금이 결정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임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공익위원의 중재안으로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해왔다.
노사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적정선에서 제시하고,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지난해 이뤄진 2024년 최저임금액 '9860원'도 이같은 과정을 통해 결정했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9820원~1만 150원'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최저임금이 계속 이같은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일각에선 '흥정식' 결정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제도 개편에 대한 언급은 매년 꾸준히 나오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위해 제시하는 '심의 촉진 구간'의 설정 기준이 매년 달라진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제시한 구간은 2023년 1~4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300인 미만 사업체 전체 노동자의 임금총액 상승률(2.1%)을 근거로 하한선을 설정했다. 상한선은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4%)와 생계비 개선분(2.1%)을 더해 5.5% 인상한 금액으로 산출했다.
2022년에는 당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4.5%)에서 2021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1.8%) 빼 연도별 차이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하한선(9410원)을 설정했다. 상한선(9680원)은 2021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를 반영했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이 해마다 다른 기준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액이 4년 연속 결정되면서,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산출방식 등 최저임금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다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노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이견 좁히기에 나설 예정이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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