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수출-내수' 디커플링…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소비·설비투자, 작년 하반기부터 한달 제외 모두 감소
"금리인하 필수지만…당장 효과 나타나긴 힘들어"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News1 최창호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올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체감경기인 내수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피로가 누적된 영향인데, 하반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수가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산업 생산은 0.7%, 소비는 0.2%, 투자는 4.1% 일제히 감소했다.

산업 생산의 경우에는 일시적 조정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 4월 전(全)산업 생산이 1.2% 상승했고,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이 2.4% 상승했던 만큼 일부 조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출에 기반한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수출은 최근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3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무역 수지 흑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해 2009년 11월 이후 14년 6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수출 호조에 출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수다. 소비의 경우 지난달과 비교해 0.2% 감소했는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1% 감소했다. 내구재(-4.7%), 준내구재(-6.1%), 비내구재(-1.2%) 등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소비가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난 2월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민간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갑도 닫힌 상태다.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했다. 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월 한차례를 빼고 모두 감소했다. 건설투자를 보면, 5월 전년 동월 대비 건설기성은 1.9%, 건설 수주는 35.4% 감소했다.

이처럼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경기회복이 체감으로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역시 2%대에 안착하는 모습이지만 농·축·수산물은 여전히 1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 장바구니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내수 회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꼽힌다. 그러나 한은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당장 내수가 급격히 좋아지기는 어려우며, 하반기에도 내수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라며 "고금리가 해소돼야만 내수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다만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며, 금리인하가 내수에 영향을 주려면 적어도 2~3분기는 소요된다"며 "하반기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영향은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다. 하반기에 내수가 반등할 만한 요인은 적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