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年 55만 원에 가입률 1%대…진료체계 표준화 급선무

3월 기준 펫보험 가입건수 10.9만건…가입률 1.4%
진료 정보 격차 해소·펫보험 가입 간편화 등 과제

서울 종로구 '우리동네 동물병원'으로 지정된 누리봄동물병원에서 권범석 수의사가 반려동물 진료를 하고 있다. 2022.3.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1년 펫보험료가 55만 원에 달하며 가입률이 1%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기준 등으로 인해 신규 보험상품 개발도 어려운 실정이다.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펫보험 가입건수는 10만 9088건으로 전년(7만 1896건)보다 51.7% 증가에도 가입률은 1.4%를 기록했다.

11개 보험사에서 펫보험을 출시하고 있으나 낮은 보장 수준과 높은 가입 문턱 등으로 인해 가입률이 늘지 않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펫보험은 질병·상해 발생 시 수술비나 입·통원비 부담을 줄이는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을 하나 보상금액의 한도와 횟수 제한도 있어 높은 비용이 발생할 경우 보상비율은 크게 떨어진다.

중성화 수술, 제왕절개, 치과치료, 예방접종, 정기검진 비용은 보상하지 않고 있는 데다 병원비 부담이 가중되는 10세 이후 가입이 제약되는 점도 가입률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2022년 기준 반려동물보험료는 연평균 55만 2000원으로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에 따라 최대 8만~9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이같이 높은 비용에도 상품에 따라 보상비율이 50%에 불과하거나 연간 보상 비용이 500만 원에 한정돼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보장 금액을 연·일 단위로 제한하거나 수술비는 보장 횟수를 연 2회 정도로 두는 많은 제약이 걸려있다.

문제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양육 포기나 파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인 20%는 양육 포기,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는데 이 중 40.2%가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이유로 꼽았다.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함’을 꼽은 비율도 23.4%에 달했다.

농경연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진료 정보 격차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현재 반려동물 진료비 체계는 표준화돼 있지 않은 탓에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일 증상에 대한 검사 항목, 수술 방식이 병원마다 다르다면 진료비를 단순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합리적인 신규 보험 상품 출시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동물등록제 등록률 제고를 통한 펫보험 가입·심사 등 절차 간편화도 과제로 꼽힌다.

2022년 기준 동물 등록률은 38%로 반려묘는 0.7%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은 사진만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데 이를 동물등록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펫보험 정보접근성 제고, 보험비 청구 자료 발급 의무화,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 보험비 청구 편의 증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보험료 인하와 상품 다양화 등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동물병원이 진료내용을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는 보험 청구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해 이용자 편의를 증대할 경우 펫보험 가입자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농경연은 "펫보험 활성화는 반려가구의 의료비 부담은 낮추고 유기 동물을 예방하는 등 사회문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보험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빈도·고부담 진료 항목을 중심으로 진료체계 표준화 촉진 및 양질의 의료데이터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