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숙원 '노동법원'…尹정부 임기 내 설치 속도전
설치 의견, 30년간 지속…위헌 논란, 재정 마련 등 과제 '산적'
여야 합의 이끌어내야…"정부 강한 의지 보여야 임기 내 성과"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가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추진에 즉각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노동법원에 대한 설치 논의는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왔음에도 추진 물꼬가 쉽게 트이지 않았던 만큼, 윤 정부 임기 내에 토대를 닦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토론회 후속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노동법원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노동법원의 설치는 사법시스템의 큰 변화가 수반되어 깊이 있는 준비가 필요한 만큼, 임기 내 추진될 수 있도록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법원 등 사법부와 협의도 조속히 착수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현 사법부 체제 아래 노동 관련 사건의 해결 경로는 노동관계 관련 판정 및 조정 업무를 하는 준사법적 행정위원회인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할 경우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게 된다.
사건 당사자 중 한쪽이 판결에 불복하게 될 경우 1심과 항소심, 상고심까지 거치고 민사 소송까지 더해야 사건이 종결된다. 상당히 복잡하고 오랜 과정을 거쳐야 피해 구제가 가능한 셈이다.
이같은 절차로 인해 노동계에서는 노동분쟁을 해결할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복잡한 절차의 간소화가 노동법원 설치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노동법원 설치 논의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부터 있어왔다. 당시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권리분쟁 조정 업무를 전담하자는 데에서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도 사법개혁위원회에 해당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원행정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 노조)가 단체협약을 맺고 노동법원 설치 추진에 함께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30여년 동안 노동법원 설치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사법 시스템에 큰 변화가 뒤따르는 문제인 만큼 추진 물살이 쉽게 타지지는 못했다. 노동법원이 설립되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아지는 데다, 소송절차 특례인정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실제 2004년 당시 중노위는 노동위원회 기능개편을 통해 중립적인 준사법적 기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노동법원을 설치하게 될 경우, 재판 방식을 둘러싼 논의도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동계는 노사 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재판'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는다'는 헌법 제27조와 충돌하면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재원 마련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1대 발의된 노동법원 설치 법안에 대한 비용을 계산한 결과, 5개 고등노동법원과 8개 지방노동법원 등 13곳 노동법원 설치를 가정했을 때 2025년부터 5년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은 최소 118억 원에서 최대 1조1387억 원에 이른다.
이같은 고려사항들로 인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노동법원 설치 문제가 언급되어 왔지만 매듭을 짓지 못해왔다. 이에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에 따라 추진 동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 한 인사는 "지난 30년간 노동법원 설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언급만 됐던 수준"이라며 "설치법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도 필요하고, 기타 여러 법안들이 논의되어야 하는 만큼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야 임기 내에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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